[충북일보] '필라테스'를 검색하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기구 위에서 유연한 포즈를 취하는 사람이다. 필라테스 문외한들이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는 동작이지만 직접 해보면 알게 된다. 근력 없이는 시도할 수도 없는 자세다. 재활 치료 목적의 체조로 만들어진 필라테스는 2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입지를 다졌다.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이 사랑하는 비싼 운동이라는 인식에서 시작해 지금은 헬스와 요가만큼이나 대중적으로 알려진 운동이 됐다. 많은 곳에서 필라테스를 다루는만큼 가르치는 사람에 따라 평가와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당연하다.
지난 2023년 청주 우암동에 자리잡은 '에클레시아 클래식 필라테스'는 체형 관리, 재활, 교정 등 필라테스의 목적을 지정해 내세우지 않는다. 창시자 조셉 필라테스가 만든 컨트롤로지의 원형 그대로, 몸·마음·정신의 조화와 철학을 따르는 클래식필라테스를 표방한다. 특정 부위에 집중하기보다는 몸 전체의 연결성과 협응을 고려해 필라테스의 결과가 자연스레 이끄는 변화를 추구한다. 이보영 대표가 직접 느낀 효과가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에클레시아 클래식 필라테스 인스타그램
대학에서 진로를 고민하며 공부를 이어가던 때 전혀 다른 분야에 대한 도전으로 삶을 환기시키고자 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병행할 수 있는 운동으로 불현듯 필라테스가 떠올랐다. 이왕이면 자격증까지 취득하기 위해 시작한 필라테스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몸에 대한 이해 없이 속성으로 만들어 내는 자격증이 난무했다. 어리고 유연한 몸으로 쉽게 취득한 자격증으로 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수강생들 앞에서 연일 당황하기 일쑤였다. 특히 4명 중 3명의 수강생이 임산부였던 때는 식은땀이 흘렀다.
책임감으로 일을 그만두고 찾아간 곳이 클래식 필라테스 전문스튜디오였다. 차근차근 배운 동작이 고질병처럼 안고 있던 허리 통증을 가져갔다. 마음과 몸이 열리며 결합된 느낌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제대로 된 호흡 하나로 많은 것을 조절할 수 있었다. 서는 것과 걷는 것에도 바른 자세가 있었다. 어떻게 움직이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내 몸을 제대로 알게 되자 비로소 사람들의 각자 다른 몸 이야기도 살펴볼 수 있게 됐다.
영어 강사로 일했던 경력도 도움이 됐다. 대면 강의에 익숙할 수 있었고 필라테스와 관련된 영문 연구 자료를 꾸준히 살필 수 있어서다. 아직 국내에 나오지 않은 관련 자료를 직접 번역해가며 깊이 공부했다. 영어 실력이 향상되던 학생들처럼 필라테스를 만난 수강생들이 체득하는 삶의 변화가 보영씨에게도 긍정적인 기폭제로 작용했다.
오랜시간 자신을 돌보지 못했던 사람일수록 눈에 띄는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도 흥미로운 과정이다. 가만히 누워서 호흡하는 법을 배우다 그동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며 왈칵 눈물을 쏟는 이들도 있었다. 급격히 떨어진 체력 때문에 간단한 동작도 따라가지 못해 짜증을 내던 이들이 눈을 빛내며 다음 동작을 기대한다. 필라테스의 효과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것은 늘 본인이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도 평소에 많이 취하던 자세로 인한 몸의 상태나 아픈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오히려 경직돼있던 근육 등 자신만 알 수 있는 변화가 가장 먼저 시작되기 때문이다.간보영씨는 스스로 몸을 바로 세우고,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을 때 이전보다 더 잘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고 믿는다. 보영씨의 지도에 따라 클래식 필라테스에 스며든 이들은 시간을 내서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 운동을 채워 적극적으로 삶을 움직인다.
엄마 손을 잡고 오는 초등학생부터 동료들과 여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들, 자녀들이 등록해 준 부모님들까지 연령에 상관없이 스스로의 몸을 살피고 다듬는 일에 몰두한다. 필라테스의 매력에 빠진 이들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고 몸을 일으켜 일상으로 걸어나가는 순간이 늘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개운한 출발점이다.
/ 김희란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