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으로 오해받는 학생들

2025.12.22 14:32:24

윤진영

세명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대학은 이제 기말고사를 마치고 겨울방학에 접어들었다. 성적 처리를 위해 한 학기 동안의 출석과 과제를 점검하고 시험 답안을 채점하다 보면 매 학기 공통적으로 만나게 되는 학생들이 있다. 우선, 잦은 지각과 결석, 마감일이 지난 과제 제출로 인해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또한 수업 시간에 유난히 집중을 못하고 딴짓을 하는 학생들도 생각난다. 막상 상담을 해보면 학업에 대한 동기는 높은 편인데, 이와는 상반되게 수업 시간에는 노트북을 만지작거리거나 멍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당연히 강의의 핵심 내용을 놓치거나 주요 전달 사항을 기억하지 못해 낮은 성적을 받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이런 학생들은 의지가 부족하거나 불성실한 혹은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조금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되기도 한다. 학생들은 "하루 종일 도서관에 앉아 있었는데, 한 페이지도 못 나갔어요.", "해야 할 걸 알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시작을 못했어요.", "세 시간이면 끝마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하루 종일 걸렸어요.", "얼마 전까지 마감일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깜빡했어요."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은 당연히 해내는 것을 자신은 자주 놓치는 것 같다며 속상해 한다. 또한,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음에도 실제 수행이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좌절을 겪기도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게으른 성격 탓일까· 동기나 의지, 책임감이 부족해서일까· 이런 경우, '성인 ADHD'를 고려해볼 수 있을 것다.

ADHD는 아동에게 흔한 신경발달장애로,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성을 주요 증상으로 보인다. 대개는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의 호전이 가능하고, 다양한 심리적 개입을 통해 자기조절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증상은 나아지지 않은 채 지속되어 성인기까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연령에 따라 증상이 발현되는 양상은 차이가 있는데,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기에 이르면 '시간 관리의 실패, 조직화의 어려움, 반복되는 미루기, 비효율적인 과몰입, 충동적인 소비나 무절제한 생활'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기 쉽다. 어린 시절과 달리 두드러진 과잉행동은 보이지 않지만, 내적으로는 끊임없이 산만한 상태를 경험하는 이른바 '조용한 ADHD'가 가장 흔한 형태로 보고된다. ADHD의 핵심은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의 문제로 알려져 있다. 실행기능은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과 생각, 정서를 조절하고 관리하는 능력으로, 주로 뇌의 전전두엽에서 담당하는 기능이다. 실행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일상과 다양한 과업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학생들에게는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 우선 '게을러서, 무책임해서, 불성실해서 그렇다'는 관점으로 보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막연한 공감이나 격려를 넘어 보다 구체적인 전략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알람이나 외부 단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과제를 체계화하고 조직화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전문적인 평가와 치료, 상담으로의 연계도 고려해볼 수 있다. 물론 이런 특성을 보이는 모든 학생이 ADHD는 아니다. 불안이나 우울, 스트레스, 기질적 특성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성격'이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태도나 성향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어려움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이 이 학생을 힘들게 하는 것일까'를 고민해보고, 적절한 이해와 구체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면, 학생의 학업 수행과 일상생활은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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