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바탕 위에 피는 꽃

2025.12.22 14:30:52

양선규

시인·화가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해다. 세 번째 시집 『고요는 힘이 세다』를 출간하고 화단 활동 40주년을 맞이하여 『지나온 길에는 향기가 있다』 화집을 펴냈으며 시집과 화집 출판기념회를 열고, 화단 활동 40주년 기념 미술 작품전(별이 꽃이고 꽃이 별이다 展)을 기획하고 개최한 해였다.

시집과 화집을 내는 일은 그간 내가 업(業)처럼 마음속에 담고, 실행해온 결과물이며 앞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통로이기도 하다. 시집과 화집에 담은 61편의 '시'와 33개의 미술 작품을 제작하는데, 3여 년이 흘렀으며 시집과 화집을 엮는 데는 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시와 그림의 결정체에는 예술 창작에 대한 열정과 많은 생각들이 담겨 있다.

간단하게 기념회를 마련하려 했으나 준비 과정에서 조금씩 일이 커져, 시 노래, 국악 연주, 시 낭송 등의 공연을 곁들인 시집과 화집 출판기념회와, 화단 활동 40주년 기념 미술 작품전 오프닝 행사를 준비하는데, 한 달간의 시간이 걸렸다. 참으로 길고 긴 여정을 보내면서 몸은 고달팠지만 마음은 기쁨의 시간이었다.

미술 전시회 중, 제자들과 함께. 왼쪽부터 서지영,양선규, 손미경

행사 당일(2025.11.15.)은 140여 명의 문인, 화가, 가족, 친지, 지인, 친구 등이 함께해 주어 감사한 행사였다. 특히 영동미술협회 초대 회장을 지낸 안병찬(1930~ ) 선생의 격려사에 눈 시울 뜨겁고, 함께해 준 모든 사람들의 정성스러운 격려와 응원, 그 마음을 두고두고 갚아도 다 갚을 길이 없다.

영동문학관 공연장에서 시집과 화집 출판 기념회를 마치고 3층 기획전시실(12.14~30)에서 이어진 미술 작품 전시는 평소 알고 지낸 문인, 화가, 지인들이 함께해 주어 전시 기간 내내 오랜 벗, 문인, 화가들과 회포를 풀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화가의 길을 걷고 있는 손미경, 서지영, 노지연 등의 제자들과 현직 미술 교사 시절, 미술 수업 시간과 미술반 활동의 추억을 소환해 깊은 감회의 시간을 보냈다. 특히 45년 만에 만난 고교 친구 이기학(전, 논산 소방서 근무) 내외와 미술대 입시를 위해 같은 화실에서 공부했던, 독일 유학을 떠난 뒤 30여 년 만에 만난 이상봉(전, 청주시립 미술관장) 등의 친구들과의 인연을 잇게 해준 전시회였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유붕자원방내 불역락호),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인불지이불온 불역군자호)"

- 배우고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

-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군자 아니겠는가

공자의 논어 학이(學而) 편에 나오는 '인생삼락' 이야기다. 젊었을 때나 나이가 들었을 때 들으나 언제나 큰 깨달음을 주는 말씀이다. 세상 살다 보니 나도 이제 어느덧 늦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무엇을 새로이 시작하기 보다, 지금까지 즐겨 해왔던 일을 돼 돌아보고,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질 나이가 되었다.

겨울 속에서 마음은 언제나 하얀 눈에 기대서있다. 지금도 눈이 오면 어린아이처럼 좋다. 하얀 바탕은 시작을 의미하며 순결하고 곱다. 결 고운 화선지나 캔버스에 또 다른 그림을 꿈꾸는 겨울은, 잠시 쉬어 가는 것이 아니라 봄을 향한 혁명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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