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한 무인점포 점주가 절도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CCTV 화면 캡쳐본을 점포 내부에 게시하고 있다.
ⓒ전은빈기자
[충북일보]무인점포 점주들이 절도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신상을 CCTV 화면 캡처 등의 수단을 통해 점포 내외부에 내걸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충북일보가 11일 청주시내 무인점포 3곳을 확인한 결과 일부 점포에서는 얼굴을 가리지 않은 절도 의심자의 CCTV 캡처본이 그대로 게시돼 있었다.
캡처본은 누구나 한눈에 찾아볼 수 있는 위치에 붙어 있었고 인물의 얼굴이나 옷 등에 모자이크 처리가 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일부 점포는 얼굴이 더 잘 보이도록 이미지를 확대해 붙여 놓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위치에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사진 등을 공개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점이다.
개인정보보호법 18조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 수집·이용 범위를 초과하거나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무분별한 얼굴 공개로 사회적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충남 홍성에서는 한 여고생이 학교 인근 아이스크림 무인 판매점에서 물건을 훔친 뒤 이 모습이 담긴 CCTV 영상과 사진이 모자이크 없이 유포되자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지난 2022년 11월 7일 인천 중구 소재 무인점포에서 '포켓몬 카드' 등을 훔친 아이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출입문에 게시한 40대 점주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처럼 얼굴 공개는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와 명예훼손을 초래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심지어 실제 절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손님의 신상정보가 공개되며 자칫 무고한 손님이 누명을 쓸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인천광역시의 한 무인점포는 '초등학생이 계산을 하지 않고 8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며 학생의 얼굴과 옆모습이 담긴 CCTV 화면 캡처 사진 두 장을 매장에 1주일가량 게재했다.
이 학생은 점포 내부에 안내된 계좌로 송금하며 자신의 이름과 상품명까지 남겼지만 이를 확인하지 않은 점주는 학생을 절도범으로 지목했다.
청주의 한 무인점포 점주가 절도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CCTV 화면 캡쳐본을 점포 내부에 게시하고 있다.
ⓒ전은빈기자
누명을 쓴 학생의 부모는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업주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럼에도 점주들은 CCTV 사진 공개 외에는 사실상 절도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율량동에서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50대 정모씨는 "절도범은 경찰이 직접 수소문해 잡지 않는 이상 사실상 잡히지 않는다"며 "개인정보 문제를 떠나서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도 얼굴을 굳이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절도범이 가게에 다시 와서 종이를 떼어가거나 자신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낙서를 하고 간다"며 "경찰도 이런 사건이 워낙 많아 바쁜 것은 이해하지만 끝까지 추적해 잡아줘야 해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사건이 투입되는 사법 비용에 비해 사회적으로 '피해 규모가 작다'고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 사건 처리가 지연된다고 지적했다.
최낙범 서원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은 검거되지 않은 사건을 '발생 보고' 형태로 분류해 보관한 뒤 뒤늦게 피의자가 잡히면 동일 지역에서의 유사 범죄와의 연관성을 다시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며 "이로 인해 피해 점주들은 실질적인 보상이나 사건 종결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일부 피해 점주들이 직접 사적 제재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비슷한 사례를 찾거나 정보를 얻기 위해 얼굴을 공개하는 경우가 있지만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지목하는 순간 오히려 점주가 가해자로 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를 막기 위해선 가해자 집단을 파악해 사전 예방하는 것이 먼저라고 진단했다.
그는 "절도 사건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경찰과 지자체에서 선제적으로 가해자 집단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전은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