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와 경험, 두 날개의 힘

2025.12.10 16:31:05

이윤지

간호사·작가

'신경섬유종증'은 신경·피부·다양한 장기에 영향을 주는 희귀질환이다. 대부분 유년기부터 피부에 갈색 반점과 작은 혹이 나타나는 등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고, 청소년기나 성인기에는 종양이나 골격계 이상, 인지 문제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악성 말초신경초종양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주기적인 추적관찰이 중요하다. 환자마다 증상과 진행 속도가 달라서 꾸준한 관리가 요구된다.

총상신경섬유종 치료제 '셀루메티닙(코셀루고)'는 현재 만 3세 이상~18세 이하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성인이 된다고 질환이 멈추는 것이 아님에도, 성인 환자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제한적으로 급여가 인정된다. 그 결과, 대부분의 성인 환자는 처방받지 못하고 증상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환자단체가 연령 제한 없는 급여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A씨 가족은 세 명이 '신경섬유종증'을 앓고 있다. 매달 서울 병원을 찾고, 6개월마다 MRI와 채혈을 받으며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이어간다. 고가의 치료제 부담도 만만치 않지만, 가족은 웃음을 잃지 않고 활기찬 일상을 살아간다. 특히 B군과 C양은 생존수영처럼 피부가 드러나는 활동에서도 자신의 반점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히 참여한다. 지역 무용단과 오케스트라에서 무대 경험을 쌓으며, 체육 시간이나 단체 활동에서도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의견을 나눈다. 이런 경험 속에서 B군은 조종사, C양은 생명공학자의 꿈을 키워간다. 그들은 스스로 "질환이 있어도 큰 꿈을 꿀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자기 삶을 힘차게 살아간다.

두 아이가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A씨의 교육관에 있다. A씨는 "부모가 질환에만 집중하다 보면, 아이가 가진 다른 능력과 즐거움을 놓치기 쉽다"라며 다른 환아 부모들에게 시야를 넓힐 필요성을 전한다. A씨는 아이들의 가능성은 다양한 경험 속에서 발견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평소에는 태권도와 미술 활동으로 몸과 마음을 단련하게 하고, 주말이면 박물관·유적지·자연을 찾아 새로운 경험을 쌓도록 이끌었다. 여러 후원 프로그램도 가족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한국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를 통한 키자니아·레고랜드·에버랜드 등의 체험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세상에는 많은 기회가 있고, 나는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A씨는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러한 기회가 모든 환아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아에게는 약물치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장기 치료 과정에서 또래 관계가 단절되거나 사회 경험이 부족해지기 쉬우므로, 이를 보완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다양한 체험은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자존감과 용기를 키우는 '또 하나의 치료'다. 지역 기반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 또래 교류, 정서·심리 지원을 체계적으로 확충하는 것은 단순한 복지를 넘어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희귀질환이라는 조건은 개인이 선택할 수 없지만, 그 현실을 살아가는 방식은 사회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 A씨 가족의 이야기는 치료와 경험, 두 축이 함께 작동할 때 환아들의 삶이 더 단단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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