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물가에 갇힌 경제

2025.12.10 16:32:21

이정균

시사평론가

"몇 십 년을 장사했어도 요즘 같은 불경기는 처음 겪어 본다." 맛있는 솜씨에다 인심 좋기로 소문난 동네 반찬가게 주인의 말이다. 고공 행진을 계속하는 고환율과 고물가의 이중고에 국민경제가 짓눌려 있다. 경제가 어려워 못 살겠다는 비명을 듣는 게 일상이 된 차에 기이한 장면의 사진과 기사를 접했다.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 국무총리 집무실에서 김민석 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공개 면담을 갖고 경제상황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이다.

***경제는 심리이자 신뢰인데

한국은행은 정치로부터의 독립성을 매우 중요시하는 기관인데다 경제는 심리라는 보편적 인식을 갖고 있는 터에 총리가 한은총재를 이례적으로 초청해 대화를 나눴다는 것은 물가 불안과 고환율을 비롯한 한국 경제의 심각성을 다시 환기 시켜준다. 연출 의도가 뭔지는 알 수 없다.

총리실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날 면담에서 김 총리는 환율·물가 등 시장 안정을 위해 한은과 정부 간 공조가 중요하다면서 앞으로도 당면한 현안들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고 협조하자고 말했다. 한은 이 총재는 한은이 단기적 경제 안정뿐 아니라 중장기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 구조개혁 연구를 지속하고 정부와의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발언했다.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주요 요인 중 고물가와 고환율은 특히 심각성을 더한다. 국무총리와 한은총재가 만난 9일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4원 오른 1472.3원으로 마감했다. 원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정부는 외환수급 안정을 목표로 태스크 포스(TF)를 구성하고 수출 기업이 달러를 내 놓으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을 통해 외화채권을 발행하는 방안까지 살펴보고 있다.

또 정부는 내년 1월부터 해외송금 통합 관리 시스템을 본격 가동해 외한시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달러 수요를 통제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지금처럼 국제화 된 시대에 국민의 해외 송금을 제도적으로 막아 고환율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접근은 고육책임을 감안하더라도 개방경제 추세에 역행하는 일이며 성공 가능성도 희박하다.

한국 경제의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한국 시장에 투자하지 못하는 현상을 외면한 채 서학개미나 해외 유학생 자녀의 학비와 생활비 등을 규제하는 방식은 잘못된 진단에 따른 틀린 처방에 불과하다. 이러한 임시방편 해법은 시장에 왜곡된 신호를 주고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트려 구조적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다. 경제는 심리라지만 신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물가 상승 이유를 한국은행은 고환율 등으로 석유류 가격이 오르고 농축수산물 가격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인 이상 기업 229곳을 대상으로 내년 경영 전망을 조사한 결과 '현상유지'와 '긴축경영'을 택한 응답이 70%를 넘었다. 내년 경제 전망 중 제일 확실한 말은 '불확실성'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경제 위기 상황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처한 절망적 상황에 고환율·고물가의 고통이 그대로 묻어난다. 정부가 소비쿠폰이란 명목으로 경제회복을 위한 자금을 대거 풀었지만 실질적 혜택은 얻지 못했다는 불만이다. 소비쿠폰 사용으로 매출은 늘었으나 고환율과 고물가의 악영향으로 재료비와 매장 운영비용이 상승하여 이익은 감소한 반면, 매출 증가분만큼의 세금 부담만 더 커졌다는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에 대증요법은 한계가 드러났고 생활경제가 고통의 연속이다.

***경제 책임자는 권력 싸움만

고환율·고물가 직격탄을 맞은 서민들은 난방비 걱정으로 추위에 떨며 견디는 시간에 국민경제를 살려야 할 책임자들은 권력 싸움에만 집중한다. 경제난이 악화일로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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