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미
충북대학교 간호학과 교수·인구문제를 생각하는 대학생 네트워크 지도교수
우리 사회는 이미 초저출생을 넘어 인구감소 국면에 진입했으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인구문제는 단순히 출산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한 생명을 책임지는 시스템을 얼마나 잘 마련하고 있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모유수유는 인구정책을 논의할 때 반드시 함께 다루어져야 하는 영역이며 중요한 공중보건 의제다.
한국의 모유수유 지표는 여러 측면에서 후퇴하거나 정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모유수유 지표는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국민건강영양조사 기준 생후 6개월 완전모유수유율은 2010-2012년 42.8%에서 2019-2020년 13.1%로 떨어졌고, 2024년 발표된 「가족과 출산 조사」에서 나온 2023년 6개월 완전모유수유율은 4.6%로 OECD 평균 18%에도 한참 못 미친다. 산모가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제왕절개 분만율을 기록하는 국가 중 하나인데, 그 결과 모유수유 시작이 지연되고 신생아와 산모가 분리되는 입원 기간이 흔히 발생한다. 이어지는 산후조리원 중심의 산후문화 역시 모자동실·직접수유 시간을 제한해 생후 첫 일주일에 형성되는 모유수유 성공의 중요한 시기를 놓치게 하는 요인이다. 직장 내 모유착유 공간과 시간 보장은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음에도 실제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모유수유 중단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역사회 기반의 모유수유 전문 지원 역시 여전히 부족하다.
모유수유는 영아 감염·비만·당뇨·알레르기 예방과 의료비 절감에 기여하고, 초기 모아 상호작용을 촉진해 정서적 안정과 발달을 돕는다. 더불어 산모의 유방암·난소암·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춘다는 점에서도 건강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저출산 국가일수록 한 아이의 건강한 성장은 곧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다. 모유수유는 가장 비용효율적이며, 투자 대비 효과가 분명한 정책일 수 있다.
이를 위한 앞으로의 방향은 분명하다. 수유를 단순히 '격려'하는 사회에서 '지속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사회'로 넘어가야 한다. 출산 직후 1시간 내 모자동실·직접수유를 보장하고, 산후조리원 운영을 개선하며, 직장 내 착유 공간과 근로수유시간이 현실에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Baby-Friendly Hospital 인증 확대, 지역 기반 수유 상담과 취약계층 지원 또한 필수적이다. 인구위기를 넘어서는 길은 출생아 수의 단순한 증가가 아니라, 태어난 한 명이 온전히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