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부를 소환하다

2025.11.25 14:33:40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독일의 풍속사가 에두아르트 푹스의 저서 '풍속의 역사'에 따르면 17세기 프랑스에서 신기 시작한 하이힐은 남성을 위한 구두였다고 한다.

18세기까지 집안에 화장실이 따로 없었던 파리의 시민들은 도자기로 된 대야에 배설물을 처리했다. 밤새 모아진 오물을 아침이면 창을 열고 거침없이 길에 버렸는데, 마침 그 앞을 지나다가 남의 집 오물을 뒤집어쓰게 되는 참변이 종종 일어났다.

그래서 이러한 불상사를 줄이기 위해 오물을 버리며 '조심하라' 외치도록 법으로 정했는데, 머리 위에서 이 소리가 들리면 재빨리 몸을 피하거나 멀찍이 서서 기다려야 했다. 온 길바닥이 이 집 저 집에서 함부로 투척한 배설물로 엉망진창인지라 외출 시에 반드시 갖춰야할 필수장비가 오물로부터 발을 보호할 하이힐이었다. 몸집이 거대한 남성들이 뾰족한 하이힐을 신고 인분을 피해 뒤뚱거리는 모습은 가관 중의 가관이었을 것이다.

작금의 인도와 파키스탄 화장실 문화를 생각하면 믿기 힘들지만 기원 전 2500년 인더스 문명의 최대 유적지 모헨조다로 유적에서 발굴된 흘러가는 물 위에 배설하게 만든 화장실이 수세식 화장실의 원조다.

고대 수메르 문명의 중심지였던 바빌로니아의 유적지 '우르'에서도 기원전 2,200년경에 사용된 수세식 변기가 발굴되었는데, 하수관을 통해 분뇨를 수세 용수와 함께 건조한 모래땅으로 스며들게 하여 오물을 처리했다. 강이나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설계한 고대인들의 지혜가 놀랍다.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는 '인류의 역사는 화장실의 역사'라고 했다. 평생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1년 정도며, 매년 성인은 35kg의 대변과 500리터의 소변을 배설한다. 대문호가 역사라 칭할만한 시간과 양이다.

프랑스인들처럼 길거리에 제 집 오물을 투척하는 만행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화장실 문화도 매우 열악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화장실이 깨끗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청결할 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쉽게 화장실을 찾을 수 있다. 게다가 모든 화장실이 무료다.

그런데 화장실의 지상천국인 대한민국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용변을 해결하는 막돼먹은 행태가 거의 날마다 벌어지고 있다.

엊그제는 제주도 한라산 등산로 나무 계단에서 바지를 내리고 쭈그려 앉은 아이를 엄마로 보이는 중국인 여성이 휴지를 들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켜보는 사진이 공개됐다. 등산복을 제법 갖춰 입은 젊은 엄마는 아이의 변을 그대로 두고 떠났다.

천연기념물 제주 용머리해안과 제주시 연동의 대로, 성산읍 아쿠아플라넷 야외주차장 등지에서도 중국인들의 이런 행동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쯤 되면 만행이 아니라 테러인데, 보름 전 경복궁 돌담아래서 변을 보다 적발된 중국인 70대 남성에게 경찰은 겨우 범칙금 5만원을 부과했다고 한다.

국립공원과 문화유적지에 함부로 대변테러를 해도 5만원의 범칙금만 내면 그만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것도 현장에서 잡힐 경우에 한해서다.

흥부전에 등장하는 놀부는 보통 사람보다 장기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심술보다. 오장칠부를 품고 갖은 개망나니 짓을 일삼는 놀부의 행실 중 가장 더러운 심술이 '똥 누는 놈 주저앉히기'다.

놀부의 주저앉히기 심술을 아무데나 변을 싸지르는 인간들에게 범칙금대신 실시하면 어떨까. 생각만으로도 분이 좀 풀린다. 살다보니 놀부 칭찬을 다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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