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섬유가 여는 지속가능성의 시대: 버섯과 해조류는 기존 소재를 대체할 수 있을까

2025.11.23 14:55:23

이한솔

프로덕트스토리지 대표

패션 산업에서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한 지는 오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우리가 접하는 기술은 단순한 대체 소재 수준을 넘어섰다. 버섯 가죽, 바이오 패브릭, 해조류 섬유 등 생물학 기반 소재들은 더 이상 실험실에서만 존재하는 신기한 개념이 아니다. 이들은 패션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혁신 기술로 자리 잡게 되었고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친환경 신소재는 기존 소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주목받는 영역은 버섯 균사체로 만든 버섯 가죽이다. 버섯 가죽이 친환경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균사체는 자연에서 빠르게 증식하며 형태를 확장하는 생명체로, 생산 과정에서 물과 토지, 에너지 사용량이 기존 가죽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다. 천연가죽이 동물 사육과 화학적 무두질 공정을 거쳐야 한다면, 버섯 가죽은 온도와 습도만 조절하면 수주 내로 생산할 수 있다. 즉, 소재 자체가 생분해 가능할 뿐 아니라 생산 전 과정의 환경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버것 가죽은 스텔라 매카트니와 같은 브랜드가 먼저 도입하면서 관심은 더 커졌다. 국내 기업들도 친환경 소재 생산 위탁, 혹은 기술 제휴 방식으로 버섯 가죽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해외의 마이코웍스(MycoWorks)나 볼트 스레즈(Bolt Threads)가 기술을 선도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미 일부 패션 스타트업이 버섯 가죽 샘플을 들여와 가방·지갑 개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실제 상업화 단계에서 만나는 벽은 분명하다. 내구성, 대량 생산, 표준화라는 산업적 기준이 아직 완전히 충족되지 않는 것이다. 혁신은 분명하지만, 아직 "완전한 대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이른 이유다.

바이오 패브릭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미생물 발효나 세포 배양을 통해 실크, 가죽, 합성수지 대체물을 설계하는 기술은 놀라울 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특정 성능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은 기존 소재가 갖지 못한 장점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발효·세포 배양 기반 섬유 생산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 한국 바이오 스타트업은 이미 발효 기반 폴리머(생물 발효 등 바이오매스 원료를 활용해 제조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해 기능성 원사로 전환하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국내 패션 브랜드들도 해외의 바이오 패브릭 업체와 파트너십을 통해 신소재를 들여오고 있으며, 특히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기존 합성섬유의 탄소 기반 생산을 줄이기 위한 대안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 패브릭이 친환경적인 근거는 기존 화석연료 기반 생산 방식과 달리, 미생물 발효를 통해 물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과 자원 소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점이다. 또한 설계 단계에서 물성을 조절할 수 있어, 생애주기 전반의 환경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소재를 설계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과 규모다. 바이오 기반 소재들의 생산 단가는 기존 폴리에스터나 나일론 대비 2~5배가량 높은 경우가 많다. 현재로서는 럭셔리 브랜드나 기술 실험을 선호하는 중소 디자이너 브랜드를 중심으로 채택되고 있으며, 대중 시장에 들어오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장벽이 많다.

해조류 기반 소재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해조류는 빠른 생장 속도와 별도의 경작지 없이도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래 친환경 소재의 핵심 자원으로 꼽힌다. 피부 친화적이고 생분해된다는 장점도 크다. 국내 기술 중 가장 빠르게 상용화되는 영역이 바로 해조류 바이오매스 기반 섬유다. 국내 기업 중 일부는 동해안, 제주에서 얻은 해조류 부산물을 활용해 섬유 원료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해조류는 별도의 농경지나 농약 없이도 빠르게 자라며, 육상 자원 대비 탄소 흡수력이 높은 소재다. 해조류 섬유가 친환경적인 근거는 첫째, 빠른 성장 속도로 생산을 위해 자연을 추가로 훼손할 필요가 없다는 점, 둘째, 비료·농약·물 사용이 거의 없다는 점, 셋째, 자연에서 분해가 가능한 소재라는 점이다. 또한 최근 국내에서 해조류 기반 바이오 플라스틱이 개발되면서, 패션 액세서리·버튼·포장재로의 응용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도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강도와 내구성 면에서는 여전히 기존 합성섬유와 거리가 있고, 공급 안정성도 확보되지 않았다. 결국 천연 대체물이라는 이미지와 다르게, 해조류 섬유 역시 완전한 대체보다는 특정 분야에서의 보완적 활용이 적합한 단계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렇게 정리된다. 현재 친환경 신소재들이 기존 소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가·결론은 '아직 아니다'이다. 가격, 내구성, 대량 생산 공정, 그리고 소비자 수용성 모두 완전 대체로 이어지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특히 면·나일론·폴리에스터·천연가죽처럼 오랜 시간 동안 산업적 표준으로 자리 잡은 소재들은 단순한 질감 이상의 역할을 한다. 공급망 전체가 이들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소재가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전환 비용 역시 매우 크다.

하지만 부정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패션 업계는 이미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첫째, 기존 섬유와 친환경 소재를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소재가 늘고 있다. 기존 소재가 가진 강도, 유연성, 가격 안정성을 바탕으로, 신소재의 친환경성을 결합하려는 시도다. 둘째, 정책과 규제 역시 영향을 미친다.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제품 내 재생 소재 비율을 의무화하는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친환경 소재 채택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바뀌고 있다. 셋째, 생명공학 분야의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미생물 배양 기술과 발효 기반 폴리머 생산 방식은 향후 5~10년 안에 성능과 비용 면에서 기존 합성섬유와 격차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미래는 기존 소재 vs 친환경 소재라는 양자택일 구조가 아니다. 우리가 향하는 방향은 기능·용도·환경성에 따라 소재가 더욱 세분화되는 시대이다. 예컨대 가죽 제품 중 일부는 버섯 가죽으로 대체되지만, 고강도 제품은 기존 천연가죽이나 재생가죽이 계속 쓰이는 방식이다. 폴리에스터는 바이오 기반 버전으로 점진적으로 교체되지만, 100% 대체는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지속 가능성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완전한 대체'가 아니라 '총량의 변화'라는 점이다. 전체 산업이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환경 부담을 줄여나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혁신이다.

친환경 소재의 발전은 결국 패션이 단순히 새로움을 소비하는 산업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 과정이기도 하다. 소재 혁신은 단순한 '대체'의 문제가 아니라, 패션이 어떤 방향성을 갖고 성장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이제 실험실에서 탄생한 새로운 생태계가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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