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
안춘화
충청북도시인협회
뜰이 온통 붉다
한 움큼씩 색을 덜어내도 금세 채워지는
맨드라미
헤어날 수 없는
저 붉은 노동의 발
지난해 도로변에 뿌리내린 맨드라미가 꼭 집 나온 여자 같았다 초점 잃은 미소에 눈물 알갱이 매달려 있다 가속 차량에 휘날리는 넓은 치맛자락, 그때마다 가냘픈 다리가 휘청거린다 꽂은 불안하다 그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혀 뜰로 데려왔다 때에 쩔은 시간 말갛게 씻기고 온기 나눠준다 맨드라미, 매무새 다듬더니 윤기나는 초충도로 서 있다
저 작은 씨앗 죄다 눈물로 쏟아붓고
뜰을 온통 제 세상으로 만들어
붉은 부채 펼쳐 들고
살풀이춤이라도 추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