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헌신이 외롭지 않도록

2025.11.12 15:44:07

이윤지

간호사·작가

희귀질환은 유병 인구가 2만 명 이하인 질환을 말한다. 이 중에서도 환자 수가 200명 이하로, 연구나 치료제 개발이 거의 불가능한 질환을 '극희귀질환'이라 부른다.

'바라이서윈터 증후군(Baraitser-Winter syndrome)'은 그중 하나다. 세포 골격을 구성하는 단백질의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유전질환으로, 얼굴 형태 이상, 망막 및 뇌 신경 이상, 발달 지연, 신장·심장 기형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된다.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사례가 50건이 채 되지 않는다.

A씨는 임신 20주 차 정밀 초음파에서 태아의 왼쪽 신장에 이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만삭 무렵에는 반대쪽 신장에도 문제가 생겨, 출생 후 생존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아이는 스스로 호흡하며 세상에 나왔지만, 이후 새로운 이상 소견이 잇따랐다. 심장이 오른쪽에 있었고, 심실중격결손과 대동맥 판막 이상, 비정상 뇌파까지 동반되었다. 녹색 담즙성 구토가 반복되자 장에도 신경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여러 차례 장루 수술을 거쳤다. 이상이 전신에서 나타나자 의료진은 희귀질환을 의심했지만, 여러 차례 유전자 검사에도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뒤, 비로소 '바라이서윈터 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2017년 당시 국내에서 두 번째 사례였다. 관련 정보는 전무했고, A씨는 아이의 질병을 이해하기 위해 직접 해외 논문을 번역해 공부해야 했다. 또한 당시 이 질환은 산정 특례 대상이 아니어서, A씨가 직접 질병관리청에 신청한 끝에 아이가 여섯 살이 되어서야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진단 이후에도 치료는 끝나지 않았다. 아이는 장, 심장, 신장, 척추, 시신경, 피부, 알레르기 등 여러 문제로 11개 진료과를 오가며 치료받고 있다.

A씨의 하루는 철저히 아이의 의료 루틴에 맞춰져 있다. 아침에는 세수, 양치, 식사, 기저귀 교체를 돕고 함께 등교한다. 오전 수업이 끝나면 위루관을 통한 가스 감압을 위해 학교로 다시 간다. 오후에는 방문 간호사가 아이의 컨디션을 살피고, 활동지원사와 재활치료를 다녀온다. 저녁에는 식사 대신 가정 내 총비경구영양요법(Home Parenteral Nutrition, HPN) 을 연결하고, 취침 전 성장호르몬을 투여한다. 새벽에도 수시로 깨어 아이의 발진이나 혈변 여부를 확인한다.

빠듯한 하루 속에서 의료진과의 소통, 복잡한 행정 절차, 부족한 사회적 제도까지 모두 가정의 몫으로 남는다. 기저귀나 의료소모품 지원은 지역마다 다르고, 장애인 콜택시 이용이나 특수학교 입학 과정도 쉽지 않다. 극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너무 적어 지역 단위의 지원체계나 정보 공유망이 거의 없다. 이처럼 극희귀질환 가정은 제도와 행정의 빈틈 속에서, 부모의 노하우와 헌신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복지제도가 과거보다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극희귀질환 가정이 체감하는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다. 이제는 단순한 동정이 아닌 지속 가능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세상에 단 한 명뿐인 아이를 위해 오늘도 치료사이자 영양사, 간호사가 되어 살아가는 부모들이 있다. 그들의 헌신이 외롭지 않도록 지역사회가 함께 손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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