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방법원 제천지원 이전 부지로 예상되는 제천비행장 계류장(빨간 점).
[충북일보] 제천시가 최근 잇따라 불거진 공공 갈등 사안에서 시민과의 소통 부재와 불투명한 행정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외부 공공기관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지역민 피해가 예상됐음에도 시가 이를 충분히 알리지 않고 사후에야 대응에 나서면서 신뢰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법원 청사 이전 '기정사실' 뒤늦게 파악, 도시계획 차질 불가피
청주지법 제천지원이 최근 제천비행장 부지를 새 청사 이전 부지로 확정하며 시의 도시재생 구상에 큰 혼란이 생겼다.
시가 이 부지를 '도심 광장 문화 공간'으로 조성하려던 가운데 법원이 정부 예산안에 기본설계비를 반영하며 이전이 사실상 확정 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가 이 같은 움직임을 미리 인지하고도 시민에게 알리지 않은 채 상황을 방치했다는 점이다.
시 관계자는 "법원과의 협의는 진행 중이었다"고 밝혔으나 법원이 아직 매입하지 않은 일부 국유지를 선점하자 그제서야 "여론조사를 해보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제천시의회는 지난 5일 "기본설계비까지 반영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며 총력 저지를 주문했다.
하지만 시는 법원과의 구체적 협의 내용조차 공개하지 않아 "시민 배제 행정"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고압 송전선로 제천 통과 저지’를 외치고 있는 반대 추진위원회.
ⓒ이형수기자
◇초고압 송전선로 사태도 '늑장 공론화'
비슷한 양상은 한국전력의 345㎸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사업에서도 반복됐다.
시 내부에서는 지난해부터 한전의 사업 보고를 꾸준히 받아왔지만 시민들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았다.
시의회 김수완 의원에 따르면 제천시는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한전 관련 보고 문서 34건을 시장에게 제출했음에도 대응 지시나 대외 발표는 없었다.
특히 지난 6월 보고서에는 "제천 북부 16개 마을이 송전선로 경과지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 담겼으나 시의회와 시민에게 이를 알린 시점은 넉 달 뒤였다.
결국 한전이 경과지를 확정한 이후인 10월에야 주민설명회가 열렸고 그제야 송전탑 건설 계획이 공론화됐다.
김창규 시장이 반대 성명을 낸 것도 같은 달 24일로 이미 지역 여론이 들끓은 뒤였다.
◇행정의 공백, '소통 단절'이 키운다
법원 청사 이전과 송전선로 사태는 다른 사안이지만 공통점은 뚜렷하다.
모두 시가 사안을 조기에 인지하고도 내부 논의에 그쳤고 시민과의 정보 공유에는 미온적이었다는 점이다.
시민들은 사안이 기정사실화된 뒤에야 상황을 접하고 반발에 나서고 행정은 뒤늦게 진화에 나서지만 이미 여론은 등을 돌린 뒤다.
결국 대응의 타이밍을 놓치며 갈등은 커지고 행정력과 지역 역량이 낭비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 시의원은 "행정의 위기는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 작은 신호를 무시하는 관성적 행정이 위기를 키운다"며 "'쉬쉬 행정'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문제를 공유하고 해법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투명한 행정 없이는 신뢰도 없다"
전문가들은 제천시의 잇따른 행정 논란을 정보공개와 시민참여의 부재로 분석한다.
지방자치의 근간은 시민과 행정 간의 신뢰인데 시가 주요 현안을 '비공개 협의'에 머무를수록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제천비행장 부지나 송전탑 모두 시민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시는 방관자처럼 움직였다"며 "행정이 정보를 공유하고 시민이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천 / 이형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