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김창민이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40세, 2016년 경찰 인권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그 누구의 딸'과 '구의역 3번 출구'등을 연출한 실력 있는 감독이다. 열정과 재능이 넘치던 젊은 감독은 뇌사 판정 후 장기기증을 통해 4명에게 생명 나눔을 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한국의 장기기증 율은 현격히 낮은 편이다. 통계로 보면 인구 100만 명 당 미국은 44.5명, 스페인은 46.03명의 장기기증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7.8명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기증율이 이처럼 낮은 이유가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기증희망 등록절차가 까다로워서란 분석에 주목하게 된다. 미국은 운전면허증을 신청할 때 장기기증에 대한 서약을 체크하는 항목이 있다.
스페인은 이보다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장기기증을 유도한다. '장기기증을 하겠다'는 항목에 체크를 유도하는 것을 넘어 '장기기증에 동의하지 않는다'에 답변을 하도록 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나 미국처럼 장기기증에 대한 동의의사를 밝힌 사람을 장기기증에 대한 기증 동의자로 보고 의사를 별도로 밝히지 않은 사람은 사망 후 장기 기증을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가 'Opt-in' 제도다.
이에 반해 'Opt-out 제도'는 장기기증에 대한 명시적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은 모든 사람을 장기기증에 대한 잠재적 동의자로 보고 사망 후 장기 적출이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스페인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Opt-out' 제도를 시행 중인데, 장기기증을 특정한 사람들의 선택이 아닌 시민들의 보편적인 의무로 보고 있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의 장기 및 조직에 대한 기증희망등록자는 매년 감소추세에 있다. 지난 2010년 약 20만 건이었던 희망등록자가 지금은 거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장기이식 희망 여부를 묻는 절차가 없다. 본인이 생전에 장기이식 희망등록을 마쳤다 해도 사망 시 유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기증이 가능하다.
유가족의 망자에 대한 예의와 전통적 가치관이 망자의 희망과 충돌하는 상황을 '많은 한국인이 장기 기증 의미와 가치에 대해 이성적으로 공감하지만 정서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인의 정서를 잘 짚어 낸 말이다.
국내 장기기증자의 수를 크게 증가시킨 장기기증자가 세계 복싱챔피언 최요삼 선수다. 2007년 12월 25일 서울특별시 광진구 광장동 광진구민 체육센터에서 열린 세계복싱기구(WBO) 플라이급 인터콘티넨탈 타이틀 1차 방어전 최종 12라운드에서 최요삼 선수는 의식을 잃었다.
병원으로 후송된 후 '푸른 초원 위에 예쁜 집을 짓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일기가 공개돼 전 국민을 눈물 짓게 했던 35세 복서는 6명의 환자에게 각막과 신장, 심장 등의 장기를 기증한 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하직했다.
6명의 사람들에게 생명을 나눠주고 떠난 최요삼을 팬들은 진정한 챔피언으로 기억한다. 2009년 1월에 발매된 힙합 그룹 리쌍의 앨범 '백아절현'에 수록된 '챔피온'은 최요삼 선수를 기리는 추모곡이다.
'별처럼 강했던 사람 파도처럼 거침없었던 사람/살아가는 매 순간이 도전이었던 사람 내일을 위해/자신의 몸마저 다주고 떠난 하루하루 멋지게 살다/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주고 떠난 내 소중한 사람아 이젠 편히 살아.'
노랫말처럼 자신의 몸마저 다주고 떠난 아름다운 청춘의 숭고한 희생과 사랑에 머리가 숙여진다. 참사랑을 실천한 의인들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