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그 변화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얼마나 체감되는가를 묻는다면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법과 제도는 꾸준히 개선됐지만 진정한 양성평등은 서류 위가 아니라 가정과 일터, 지역사회 속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실감하는 여성도 '아빠의 달'을 망설이는 남성도 결국 같은 벽 앞에 서 있다. 충북도 공직사회에서 여성 공무원 비율은 전체의 47.1%이지만 과장급 이상 여성 관리자는 27.8%에 불과하다. 육아휴직 후 복귀를 걱정하는 동료, 회식 자리의 '분위기'를 고민하는 직원들이 모든 고민은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돌봄의 공백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조직 문화의 한계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우리는 현장에서 매일 목도한다.
첫째, 가정 내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가사와 돌봄은 '돕는 일'이 아니라 '함께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남성이 돌봄의 주체로 서야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도 해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전국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은 아직 25%대에 머물고 있다. 평등은 제도보다 먼저 일상의 언어에서 시작된다.
둘째,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 공공 부문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관리자의 성인지 감수성을 필수 역량으로 삼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인사고과에 '가족 친화적 리더십' 항목을 신설하거나 육아휴직 복귀 시 '가정 내 돌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제도가 마련돼 있어도 소위 말하는 '눈치보게 만드는 문화'는 양성평등의 걸림돌이 된다. 출산 및 육아관련 제도를 사용하는 동료를 눈치 보게 만드는 문화가 사라질 때 평등은 현실이 된다.
셋째, 지역사회의 참여 균형을 맞춰야 한다. 충북도의 각종 위원회에서 여성 참여율은 32.1%에 그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나 도민정책평가단 등 지역 의사결정 과정에 다양한 시선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생활 현장에 밀착된 현실적인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이어질 때 지역은 더 건강하게 성장한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충북의 현실에서 여성 인력의 활용과 남성의 돌봄 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충북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다소 높지만 그 수치가 유지되기 위해서라도 평등한 돌봄 구조가 필수적이다.
양성평등은 싸움이 아니라 약속이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그 차이 속에서 협력의 길을 찾는 상생의 가치. 그 길 위에, 일터에서 일상으로 이어지는 충북의 더 나은 내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