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김진식 교수의 기념비적 '소학'역주서

2025.10.22 17:40:15

이정균

시사평론가

충북대 국어교육과 김진식 명예교수가 최근 출간한 《소학집주·번역소학·소학언해》는 총 4권의 책으로 조선시대 유교의 경서인《소학》연구에 한 획을 그은 커다란 성과이다. 일생을 국어사 연구에 바친 노학자의 집념이 이룬 빛나는 결정체다. 《소학》은 중국 고대국가 하나라·상나라·주나라 삼대에 걸쳐 읽혀진 고전이었는데 이름만 알져지고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던 것을 1187년 송나라 주희(朱熹)가 제자 유청지(劉淸之)의 힘을 빌려 편찬한 책,《주자소학》이다.

***최초의 한문본과 언해본 통합 역주

《소학》은 송대 이후 주자학이 흥행하면서 주요 경전이 되었고 우리나라에는 고려 말 전래되었다. 《소학》은 주자학을 통치이념으로 받아들인 조선에서 필독서로 인식되었으나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따라서 주자학의 나라 조선에서는 《주자소학》을 바탕으로 이에 대한 주석서인 《소학제가집주》를 율곡 이이가 편찬했고, 중종 대에 언해본 《번역소학》과 선조 대에 언해본 《소학언해》를 발간했다. 언해본은 《소학》을 당시 사용된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김진식 교수가 펴낸 《소학집주·번역소학·소학언해》는 율곡 이이가 쓴 한문본 《소학집주》, 중종의 명으로 출간된 언해본 《번역소학》, 선조의 명으로 출간된 《소학언해》 등 세권의 책을, 같은 장을 같이 놓고 역주했다. 이는 《소학》에 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본과 언해본 통합 역주서인 것이다.

김진식 교수는 이 역주서에서 한문으로 된 주석서와 중세국어로 번역된 언해본을 현대국어로 해석함으로써 소학에 대한 공부뿐 아니라 중세국어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도 유용하게 만들었다. 해석 과정에서 어려운 한자나 출처, 관련 인물과 사건 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고, 중세국어 단어들도 어휘사의 측면에서 현대국어로 자세하게 풀이하여 전공자와 일반인이 자기가 필요한 만큼의 깊이로 공부할 수 있도록 정리됐다.

나는 '소학'하면 '사자소학'이란 말만 들어봤지 배워본 적이 없으나 중세국어에 대한 개인적 관심으로 김진식 교수의 이 책이 무척 반갑다. 고교시절 국어시간에 송강 정철의 사미인곡을 접했을 때, 님을 향한 절절한 마음을 어쩌면 이리도 아름답게 우리 옛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며 전율했던 기억이 지금껏 잊히지 않는다. 선조 대에 나온 《소학언해》 발간에 송강 정철도 의정부 우찬성 신분으로 관여했다고 하니 이참에 김진식 교수의 역주서를 벗 삼아 중세국어의 세계에 빠져볼까 한다.

김진식 교수는 43년여를 교육자로 살면서 대학에서 국어사 연구와 강의에 매진했고, 정년퇴임 후에도 서당 근독재(勤讀齋)에 나가 한학 연구 외길을 걸어온 석촌 이두희 선생을 모시고 한문 공부를 이어가는 중이다.

김진식 교수는 "《소학》에는 동양문화의 기본정신이 들어있다. 우리나라에 있어, 특히 조선시대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학》에 나타난 정신을 이해해야 한다. 조선시대에는 《소학》을 읽지 않은 선비가 없었다. 《소학》은 학문을 하는데 으뜸가는 기본서가 되었다"고 말한다.

***형극의 길을 걸어 남긴 필생의 역작

김진식 교수는 《소학집주·번역소학·소학언해》를 3년 동안 준비하여 고희를 맞는 올해 출간했는데 얼마나 고생이 심했던지 치아 전체를 다시 임플란트 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김진식 교수는 일평생 후학 양성에 힘썼으니 은퇴 후 편안하게 사는 길도 괜찮았을 테지만 형극(荊棘)의 길을 걸어 필생의 역작 《소학집주·번역소학·소학언해》를 남겼다. 《소학》과 국어사 연구에 기념비적 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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