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 벡을 다시 보고 싶다

2025.10.22 14:41:36

이철호

소월문학관 이사장

일찍이 장자(莊子)가 어려운 형편 때문에 어떤 사람을 찾아가 곡식을 좀 꾸어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말하기를, "머지않아 돈 받을 일이 있으니 그때 가서 많이 빌려주겠소."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에 장자는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짓다가 이렇게 대꾸했다.

"내가 여기 오는 도중에 누군가가 소리를 질러 돌아보니 붕어 한 마리가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국 속에서 물을 달라고 합디다. 그래서 내가 앞으로 오월(吳越)로 여행하게 되면 서강(西江)의 물을 떠다 주겠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붕어가 화를 내면서 지금 당장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인데, 어떻게 그때까지 기다린단 말이오? 하더군요."

여기서 나온 말이 철부(轍·)의 급(急)이다. 수레바퀴의 자국에 고인 물속에서 붕어가 할딱이는 것처럼 절박한 상황을 가리킬 때 비유로서 쓰는 말이다.

그런데 요즈음처럼 우리나라의 정치·경제 등이 모두 어렵고 절박한 상황에 빠져 있는 것을 볼 때면 이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뿐만 아니라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도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태연한 자세를 보이거나 엉뚱한 처방을 내놓는 정부 관리나 정치인, 기업인 등을 보면 장자처럼 어이없어지기도 한다.

또 이런 가운데 우리의 정치는 혼미를 거듭하며 어수선하고, 정부정책은 마치 럭비공처럼 앞으로 나갈 방향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기업인은 기업인대로 「철부의 급」을 외치며 아우성이다.

1930년대 미국의 대경제공황이 떠오른다. 그때 미국 각처에서 위기 상황에 처한 실업자들이 한 조각 빵과 생존을 위해 얼마나 처절하게 몸부림쳤던가?

그때 미국의 소설가 스타인 벡은 그의 유명한 장편소설 『분노의 포도(葡萄)』를 통해 미국의 이러한 참담한 실상을 리얼하게, 그리고 생명력 넘치게 그려냈다. 그러면서 그는 비극적인 현실뿐만 아니라 그러한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아직 희망이 있고 온갖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싸우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안겨주었다. 아울러 그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따뜻한 인간애는 존재한다는 사실도 보여 줌으로서 각박한 상황 속에서도 따뜻한 인간애를 잃지 않도록 격려해 주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머지않아 자멸할 것이라는 히틀러의 말에도 불구하고 자멸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소설에 나타난 강인한 인간의 모습처럼 미국인들은 강인한 의지로 대공황을 훌륭하게 극복해냈다.

문학의 역할과 가치도 바로 이런 데에 있다. 그래서 문학은 고통과 시련 속에서의 위로요, 희망이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활력제다.

이제 우리의 문인들도 스타인 벡처럼 이런 일을 할 때다. 또 이런 위기상황일수록 명작(名作)이 많이 나오는 법이다.

어려운 이때에, 한국의 스타인 벡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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