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이 최신 유행이나 유용한 정보를 얻는 창구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오랫동안 미디어의 왕좌를 차지해 왔던 주요한 방송 매체들이 시청률 저조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와중에 글로벌 OTT 매체를 비롯해 유투브, SNS 등이 문화 전파의 선두 주자로 부상하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러한 매체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시청자들의 성향에 맞춘 콘텐츠들을 서비스하기 때문에 시선을 사로잡는 데 있어 막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본력 또한 대단하다. 나만 하더라도 새로운 매체 환경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존 TV 방송 채널이나 프로그램에 점점 더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미디어 환경의 패러다임 전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매체들이 새로운 문화 포식자로서 문화 전반의 생태계를 새롭게 재편성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알고리즘에 기반한 추천 항목 카테고리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시청자가 검색하는 수고를 덜어주고 원하는 콘텐츠만을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문화 생태계의 다양성에 점점 더 취약한 시청자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 또한 노출하고 있다.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다 보면 현실의 이슈들을 예로 드는 경우가 많은데 종종 내가 언급한 최근 이슈를 학생들이 전혀 모르는 경우를 발견할 때가 있다. 사실 이것은 학생들의 관심 문제라기보다는 근본적으로 그들과 내가 동시대를 살아간다 해도 전혀 다른 카테고리 세계관을 가지게 된 상황과 더욱 밀접하게 관련된다. 모든 정보가 특정 추천 항목 카테고리로 제공되기 때문에 문화적 환경의 접점이 희박해지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키보드를 활용해 검색하는 수고로움까지 완전히 변화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인간이 스스로 노력하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면 개인의 알고리즘 카테고리 세계관은 더욱 편향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개인의 세계관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큰 문제가 없다면 굳이 이러한 이야기를 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은 알고리즘 세계와는 다르다. 인간의 현실에는 알고리즘이 작동하지 않는다. 내가 사회와 공동체에서 어떤 일을 만나게 될지, 어떤 사람과 관계를 맺게 될지, 어떤 시련과 갈등에 봉착하게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우리가 다양한 문화적 환경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익히며 문화적 주체로서 성장의 동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나 또한 일상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접속하는 매체들 속에서 쉽게 편리한 추천 항목 카테고리들을 시청할 때가 많다. 그러나 그러한 일상의 패턴 속에서도 경각심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내가 놓인 문화적 환경의 다양성 속에서 비로소 현실적인 나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편향되지 않는 방향성에 대한 감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 생태계의 다양성이 모든 종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인 토대가 되는 것처럼 문화 생태계도 마찬가지이다. 획일화의 위험성을 자각하면서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편의성 이면에 놓인 한계 또한 직시하고 경계하는 태도가 더욱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