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캄보디아 관련 한국인 실종·감금 의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충북에서도 올해 10건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7건은 입국 사실이 확인됐다. 나머지 3건은 소재나 신변 안전을 파악중이다. 현재 수사 중인 3명 중 1명은 올해 중순 혼자 출국했다가 연락이 끊긴 상태다.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캄보디아에서 실종·감금됐다는 경찰 신고는 전국적으로 143건에 달한다. 이 중 91건은 대상자 소재가 파악되거나 신변 안전이 확인됐다. 나머지 52건은 수사가 진행 중이다.
지금도 인터넷에선 '해외 고수익' 등을 내건 취업 사기가 기승을 부린다. 정부는 이것부터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청년 구직자를 표적으로 한 취업 사기는 해외 납치·감금 범죄로 이어지곤 한다. 수년 전부터 사회적인 문제로 다뤄진 문제다. 그런데도 봉변을 당하는 청년들이 줄지 않고 있다. 장기불황에서 비롯한 취업난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기준 충북의 청년(15~29세) 실업률은 지난해 2분기 6.6%에서 올해 5.6%로 1.0%p 낮아졌다. 중장년층(30~59세) 실업률도 같은 기간 1.3%에서 1.1%로 소폭 하락했다. 반면 전국 평균 청년 실업률은 6.6%에서 6.7%로 소폭 상승했다. 그나마 중장년층은 2.4%에서 2.3%로 미미하게 낮아졌다. 채용 시장 경색, 경력직 위주 채용 관행,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이 만들어 낸 현상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실업의 장기화는 청년층을 죽음의 덫에 걸리도록 유도한다. 해외 취업에 나섰던 청년 구직자를 갑자기 범죄 피의자로 만들곤 한다. 지금도 해외 현지 범죄 조직은 아무 일도 없는 듯 끄떡없다. 납치·감금 피해자를 통해 또 다른 청년을 꾀어내 착취하고 있다. 피해는 오늘도 이어진다.
최근 들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8월엔 한국 20대 청년이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 감금돼 고문받다가 숨졌다. 며칠 전에는 캄보디아 여행 중 실종된 40대 남성이 현지에서 혼수상태로 발견됐다. 최근 5년간 캄보디아 내 납치·감금 피해 신고 건수는 급증했다. 2021년 4건에서 2024년 220건으로 늘었다. 올해만 해도 지난 8월까지 330건에 달한다. 단지 열악한 현지 치안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재외공관의 대응 능력도 문제다. 별 대응 없이 신고 접수 수준에 머무는 태도가 범죄의 확산을 부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주캄보디아 한국대사는 3개월째 공석 상태다. 현지 주재 경찰 인력은 단 3명뿐이다. 현지 정부의 협조가 원활할 리 없다. 지난 10일에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대한 여행경보 단계를 '특별여행주의보'로 상향했다.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가 벌이는 뒷북 대응이다. 국가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국민이 희생되지 않도록 재외국민보호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점검해야 한다. 먼저 법·제도를 정비하고 외교력을 발휘해 주요국과의 수사 공조 체계를 갖춰야 한다.
취업 미끼에 속은 청년들이 타국에서 맞고 있거나 죽어가고 있다. 정부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속도감 있게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안전한 구출에 집중해야 한다. 피해 실태와 범죄 진상 규명도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국민 보호 의무는 달라질 수 없는 국가의 제1 책무다.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