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노인장애인팀장
추석이 다가오면 우리 마음은 고향과 조상님 묘소로 향한다. 벌초는 단순히 묘를 가꾸는 일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모여 선조의 뜻을 기리고 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다. 들판과 산길을 오르며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그 풍경은 그 자체로 전통의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매년 벌초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소식이 늘 안타깝게 들려온다. 가족의 소중한 시간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가 조금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예초기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벌초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예초기인데, 작은 부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지곤 한다. 예초기를 돌릴 때 튀어나온 돌멩이에 맞아 다치거나, 정비가 미흡해 날이 이탈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작업에 앞서 보호안경, 장갑, 장화와 같은 안전 장비를 갖추는 것이 기본이다. 가족 중 젊은 세대가 예초기를 다루고, 어르신들은 주변을 정리하거나 쉬면서 지켜보는 역할을 나누면 훨씬 안전하다. 세대 간 협력이 곧 안전의 지름길인 셈이다.
또한 벌과 뱀 같은 자연의 위험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가을로 접어드는 이 시기, 말벌은 둥지를 지키느라 더욱 공격적이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가족 중 한 명은 벌 쏘임에 대비한 약이나 연고를 챙기는 것이 좋다. 뱀을 만날 수도 있으니 긴 옷과 두꺼운 신발을 착용하고, 아이들은 혼자 돌아다니지 않도록 지켜봐야 한다.
한낮의 햇볕은 여전히 뜨거워 건강 관리도 필수적이다. 물과 음료를 충분히 준비하고, 일정 시간마다 그늘에서 쉬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특히 어르신들은 무리하지 말고, 힘든 작업은 자녀 세대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족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서로를 챙기며 "괜찮으세요?" 하고 묻는 한마디는 안전뿐 아니라 마음의 온기도 더해준다.
벌초는 산길을 오가는 차량 이동이 많다. 좁은 농로와 임도에서 접촉사고가 종종 발생하니, 차량 안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운전은 숙련된 사람이 맡고, 차는 가능한 한 넓은 장소에 주차해야 한다. 또한 귀가 시 피곤한 상태에서의 장거리 운전은 위험하니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출발하는 것이 안전하다.
가족과 함께하는 벌초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다. 풀을 베고 흙을 고르며 땀을 흘리는 동안 세대가 어우러져 대화를 나누고, 아이들은 조상의 존재와 전통의 의미를 배운다. 이 과정에서 작은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그 시간이 즐겁고 뜻깊게 이어질 수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순히 묘소의 깔끔함이 아니라, 함께한 가족의 안전과 웃음이다. 올해 벌초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사고 없는 평화로운 시간으로 만들기를 바란다. 조상님 앞에서 온 가족이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드릴 때, 비로소 벌초의 의미는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