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국제공항
[충북일보] 공항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프라가 아니다.
지역민과 소상공인,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경제 생태계의 중심이자, 지역의 미래를 여는 관문이다.
지역 공항 활성화는 관광객은 물론 지역민과 배후지역민, 지역 내 기업, 소상공인까지 경제적 파급 효과를 미친다.
비행기를 통해 지역에 닿는 물류와 사람은 공항과 연결된 도로와 대중교통을 통해 지역 중심으로 이동한다. 그 중심에서 모세혈관과 같이 퍼져나가는 문화·경제 요소들은 지역 선순환 흐름에 일조하게 된다.
청주국제공항 민간 활주로 신설은 이러한 지역 선순환 경제 구조를 완성하는 결정적인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부권의 유일한 국제공항인 청주국제공항은 군 공항 활주로를 공동 사용하는 구조적 한계와 포화 상태에 직면해 있다.
민간 활주로 신설과 첨단 안전 인프라 확충은 만성적인 혼잡 해소를 넘어, 청주를 글로벌 경제의 역동적인 관문으로 격상시키는 핵심 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글로벌 공항 생존 전략 '용량 확장'과 '허브 경쟁'
최근 10년간 전 세계 주요 공항들은 수백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며 글로벌 허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청주국제공항의 활주로 신설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부합하는 필수적인 전략적 선택이다.
태국 방콕 수완나품 공항은 제3활주로 건설을 추진하며 연간 수용 능력 1억5천만 명 목표를 설정하고 압도적인 물량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일본 후쿠오카 공항은 2025년 제2활주로 신설을 통해 도심 공항의 혼잡을 해소하고 있다. 용량 한계가 지역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투자로 볼 수 있다.
중국 베이징 다싱 공항은 2019년 4개 활주로를 갖춘 신공항 개항으로 광역 경제권인 슝안신구 개발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로 지역 발전의 기폭제 역할을 하며, 공항 경제 구역 개발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해외 공항 사례는 활주로 투자가 단순한 항공 수요 처리 이상으로 지역 경제 구조를 재편하는 거대한 프로젝트임을 방증한다.
청주국제공항의 민간 활주로 신설은 운영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물류·관광 인프라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포르투공항
◇포르투·하네다가 보여준 '지역 동반성장' 모델
"포르투 지역이 관광 마케팅을 위해 1년에 투자하는 비용은 매우 큰 편입니다. 그것이 도시의 주 수입원이 되고, 주민들의 생계이기도 하기에 공항 활성화는 지역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한인식당을 운영하고있는 심민성씨는 "포르투 자체에서 관광에 힘을 많이 쏟고 있다"며 "특히 공항에서 시내까지 연결되는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잘 돼있고 우버·볼트(공유차량) 등이 저렴하다보니 도심을 오고가는데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 공항이다보니 큰 비행기보다 소형 비행기가 많다"며 "그만큼 인근 지역에서의 유입률도 높은 편으로 공항이 활성화될수록 지역 전체 경제 생태계를 바꾸는 핵심 동력이 된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프란시스쿠 사 카르네이루 공항(포르투공항)은 지역 경제 활성화의 상징적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성장은 지역 관광 수입 증대, 고용 창출, 공항 배후 물류산업 성장으로 이어졌다.
과거 포르투공항 확장 프로젝트에 관한 실제 관련 연구에서 포르투공항 확장이 높은 사회적 편익 대비 비용 효율을 보이며 비용편익비율 1.5 이상을 기록해 지역경제 순환 효과를 입증했다.
현재 포르투공항은 확장을 넘어 고객과 항공사, 타국가 공항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현대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하네다공항
도쿄 하네다공항은 일본 정부의 관광 수입 확대 정책의 핵심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코로나 이전 대비 국제선 운항 편수가 17.5% 증가했고, 일본 GDP 성장률의 약 0.7%를 관광산업이 견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하네다공항에 특히 주목할 점은 공항 내 상업지구가 '문화와 관광 융합' 모델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공항 터미널은 전통 공예품과 지역 특산물을 직접 판매하는 복합 문화몰 형태로 구성돼 있다.
하네다공항 관계자는 "일본 문화 특성상 여행 다녀온 사람이 지역 특산물을 선물하는 '오미야게'문화가 있다. 이에 맞춰 일본 각지역에서 유명한 과자 등 수요 등을 늘 확인하고 있으며, 터미널 내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르투와 하네다의 사례는 청주국제공항의 민간 활주로 신설이 단순 증설이 아닌 문화·관광 복합 허브로의 진화 전략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공항은 더 이상 떠나고 도착하는 통로가 아닌 지역 정체성을 드러내고 경제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으로 재정의되고 있는 셈이다.
◇'안전 최우선' 원칙
관련 전문가들은 청주국제공항의 새로운 민간 활주로는 단순히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을 넘어, 최첨단 안전 기술이 적용된 표준 모델이 돼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잦은 회항과 지연을 발생시키는 기존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신설 활주로에는 국제 표준을 상회하는 고성능 계기착륙장치인 CAT(Category·카테고리) II 또는 CAT III급 ILS 도입을 목표로 해야 한다.
현재 청주국제공항 활주로는 CATI등급으로 항공기 착륙시 필요 활주 가시거리가 550m이상이다.
CATII 등급으로 상향할 경우 가시거리가 350m 이상이면 항공기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
이는 짙은 안개나 낮은 구름 등 악천후 상황에서도 항공기의 정밀 접근 및 착륙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24시간 전천후 공항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는 핵심 인프라다.
활주로 종단 안전 구역 확보가 어려운 지형적 제약과 관련해서는 미국 JFK 공항이나 일본 하네다 공항 등에서 운영 중인 EMAS(Engineered Material Arresting System)와 같은 첨단 안전 시스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이는 활주로를 이탈한 항공기의 속도를 최소화해 인명과 기체 손실을 막는 최후의 안전 장치다.
또한 활주로 신설에 따른 항공기 이동량 증가는 활주로 침범(Runway Incursion)과 같은 안전사고 위험도 높인다. 시카고 오헤어 등 주요 공항이 활용하는 첨단 지상 이동 통제 시스템인 A-SMGCS 도입도 고려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현재 인천공항에서 가동중이다.
◇충청권 경제의 날개: 고용과 물류 혁신, 그리고 지역 동반성장
민간 활주로 신설은 충청권 지역 경제 성장의 실질적인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4시간 안정적인 화물기 운항이 가능해질 경우 청주-오송 산업단지의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신속한 수출입이 이뤄질 수 있다.
물류 비용 절감과 운송 시간 단축은 곧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또한 활주로 용량 확대로 가능한 국제선 노선 다변화는 대전·세종·천안과 경기 남부 등 주변 배후 도시의 막대한 인구와 관광 잠재력을 청주국제공항이 추가 흡수할 수 있다.
다만, 방콕 수완나품 공항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공항이 공항철도와 전용 교통망을 통해 도심 접근성을 극대화했듯 청주국제공항 역시 철도와 고속도로 연계 인프라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병행돼야만 그 파급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지역 동반성장의 핵심은 고용 선순환 구조 구축이다.
활주로 건설 및 공항 운영 관련 직접 고용뿐만 아니라, 항공사 정비(MRO), 호텔, 관광 서비스업 등 공항을 중심으로 한 배후 서비스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은 대규모 고용 창출과 지역 소상공인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
포르투공항과 하네다공항이 보여준 것처럼 공항은 기업만의 이익이 아닌 지역 주민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는 이유다.
/ 성지연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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