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 살인 A가 있다. 겉으론 건강해 보이지만, '당원병'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 당원병은 선천적으로 혈당을 만들고 사용하는 효소가 없어, 지속적으로 저혈당 위험에 노출되는 질환이다. 급성 저혈당 쇼크로 인한 사망 위험도 크다. 치료제가 없어서 일정한 시간마다 정해진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그 결과, 식사는 소량씩 자주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A에게 식사는 단순한 영양 섭취가 아닌 생존과 직결된 철저한 관리다. 부모는 낮에는 물론 밤에도 두세 시간마다 식사를 챙겼고, 덕분에 A는 비교적 건강하게 성장해왔다.
A는 또래처럼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식사량이 워낙 적다 보니 교사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식사량을 조금 늘려주었다. 간식을 먹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조금은 괜찮겠지"하는 마음으로 빵과 주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일 년간 이어졌다. 선한 의도였지만 결과는 심각했다. 입소 전 70이었던 간 수치(ALT)가 1년 뒤 950까지 치솟은 것이다. 결국 A는 어린이집을 그만두었고, 부모는 식단을 철저히 관리했다. 한 달 후, 간수치는 500으로 확연히 낮아졌다.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명확해졌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단지 질환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식사가 왜 중요한지, 작은 간식 하나가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알지 못했던 것이다. A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많은 아동시설에는 희귀질환을 가진 아이들이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을 바랄 뿐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지난 10월 식생활안전관리원에서는 '희귀질환 어린이 식사안전관리 지침'을 제정했다. 이 지침은 질환별 식이요법과 주의사항은 물론, 보호자와 아동시설 간의 협조체계, 응급상황 대응 매뉴얼까지 포함되어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번 지침에는 다음 네 가지 희귀질환이 포함된다. 페닐케톤뇨증은 단백질 내 페닐알라닌 성분을 분해하지 못해 고기·달걀·콩 등이 금지된다. 당원병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의 탄수화물만 섭취해야 하며, 그 외 간식이나 불규칙한 섭취는 금지된다. 갈락토오스혈증은 유제품 속 유당을 대사하지 못해 우유·치즈는 물론 일부 가공식품까지 금지된다. 선천성 고인슐린혈증은 인슐린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급격한 저혈당을 유발하므로, 정해진 식사 시간과 간식 관리가 중요하다.
이 지침은 보호자, 교사, 영양사 등 아동을 둘러싼 모든 구성원이 같은 방향을 향할 수 있도록 돕는 기준선이다. A의 사례처럼, 선한 의도도 올바른 지식 없이 행동하면 오히려 아이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희귀질환은 특수하지만, 환아들이 누릴 권리는 평범해야 한다. 지침은 그 평범함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약속이다.
모든 아동기관에서 이 지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이는 희귀질환 아동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이자, 사회가 지켜야 할 책무다. 이 작은 지침 하나가 수많은 작은 생명을 지켜내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