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제천시청 안팎이 또다시 인사 논란으로 술렁이고 있다.
김창규 시장 취임 이후 이어져 온 행정직 중심의 인사 기조가 이번 수시인사에서도 반복되며 기술직 공무원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지난 10일 공개된 제천시의 수시인사 예고문에는 토목직과 건축직의 이름이 5급 승진자 명단에서 끝내 빠졌다.
발표 직후 일부 기술직 직원들은 "예상은 했지만 충격은 여전하다"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시청 내부 게시판과 사무실 곳곳에서도 '이번에도 또 행정직'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오갔다.
현재 제천시의 간부 라인은 대부분 행정직이 차지하고 있다. 5급 이상 간부 가운데 기술직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한 기술직 공무원은 "민선 8기 들어 토목직 간부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행정직이 조직을 이끌고 기술직은 현장에서 일만 하는 구조가 굳어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이번 인사로 인해 향후 3년 반 동안 토목직 국장이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는 전망이 내부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그는 "이건 단순히 승진이 아니라 존재의 문제다. 기술직이 시정의 파트너가 아니라 '외곽인력'으로 분류된 셈"이라고 말했다.
현직 공무원들은 더 이상 인사에 대한 기대조차 접은 분위기다.
한 중견 직원은 "행정직 국장은 2~3년씩 자리를 지키지만 기술직은 길어야 1년"이라며 "공정하지 못한 구조 속에서 일의 동력이 생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인사가 정권의 논리로 흘러가면 조직은 멈춘다"며 "지금의 구조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무기력"이라고 말했다.
전직 인사 담당 간부는 제천시의 인사 흐름을 두고 "행정직 우위의 체질이 굳어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신호"라고 경고했다.
그는 "현장을 아는 기술직이 배제되면 행정이 탁상으로 흐르고 정책 실행력이 떨어진다"며 "지금이야말로 인사 철학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사는 권력 행위가 아니라 신뢰의 행위"라며 "직렬 간 불균형이 장기간 이어지면 유능한 인재가 조직을 떠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천시는 도시재생, 하천정비, 도로개선 등 시설 기반 사업을 잇달아 추진 중이나 정작 이를 뒷받침해야 할 기술직 간부가 줄어든다는 점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퇴직 공무원 B씨는 "지금 같은 인사 구조라면 제천의 도시 인프라 정책은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시설직 배제는 행정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결국 시민이 그 피해를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제천시의 인사 문제는 단순한 직렬 간 갈등을 넘어 행정의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다.
시정의 방향을 함께 설계해야 할 내부 구성원들이 '승자'와 '패자'로 나뉜다면 그 어떤 비전도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한 전직 간부는 "인사 균형을 잡는 순간이 곧 시정의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라며 "김창규 시장이 이번 논란을 단순한 불만으로 치부한다면 더 큰 후폭풍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천 / 이형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