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서랍이나 약상자를 열어보면, 한두 알씩 남아 있는 감기약이나 소화제, 이미 유효기간이 지나버린 연고나 시럽 병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은 쓸모없어 보여도 막상 버리려 하면 "이걸 어디다 버려야 하지·"라는 고민이 생긴다.
많은 사람이 무심코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변기에 흘려보내곤 하지만, 의약품은 생활 쓰레기와 달리 환경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특수 성분을 담고 있다. 눈앞에서 흔적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여도, 이런 방식은 토양과 수질 오염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버려진 약 성분은 하천과 지하수를 거쳐 생태계를 해치고, 결국 우리의 밥상과 생활로 되돌아올 수 있다. 환경문제는 거창하고 먼 곳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는 작은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청주시는 종량제봉투로 배출되는 생활 쓰레기를 전량 소각 처리하고 있다. 따라서 가정에서 발생한 폐의약품을 종량제봉투에 담아 배출하기만 해도 환경오염 걱정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고온 소각 과정에서 약 성분은 완전히 분해·무해화되기 때문이다. 이는 의약품을 함부로 변기에 버리거나 흙 속에 묻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다만 올바른 배출 요령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알약은 포장지와 분리해 약만 종량제봉투에 담고 ▲가루약은 포장지를 뜯지 않은 채 그대로 종량제봉투에 넣으며 ▲물약은 휴지나 신문지에 흡수시켜 배출하고 ▲안약이나 연고는 내용물을 짜내지 않고 용기 그대로 종량제봉투에 넣으면 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종량제봉투 배출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약이 대량으로 남아 있거나, 고령자 가정에서 쓰레기 분리와 배출이 번거로운 상황이 대표적이다.
이를 고려해 청주시는 보건소, 보건지소·보건진료소, 행정복지센터, 지역 약국 등 누구나 생활권 안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거망을 마련해 두었다. 시민이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통해, 환경을 지키는 일이 특별한 노력이 아닌 일상적 실천이 되도록 한 것이다.
폐의약품의 올바른 처리는 단순히 환경보호 차원을 넘어 생활 안전과 직결된다. 어린아이들이나 치매 어르신이 집 안에 방치된 약을 잘못 복용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오래된 약은 효능이 떨어질 뿐 아니라, 변질되면 부작용을 일으켜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라는 이유로 서랍 속에 쌓아두는 습관은 사실상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이 된다.
오늘 집안 약상자를 한 번 열어보시길 권한다. 쓰다 남은 약이나 이미 기한이 지난 약이 있다면 지금이 바로 정리할 때이다. 그것은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안전과 배려의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