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청 직장운동경기부 소속 사격부 김우림 선수(27, 청각장애 2급)가 청각장애의 한계를 딛고 대한민국 비장애인 국가대표로 당당히 선발되는 쾌거를 이뤘다.
ⓒ보은군
[충북일보] 청각장애 2급이라는 한계를 안고 살아온 보은군청 직장운동경기부 소속 김우림(27) 선수가 마침내 태극마크를 달았다. 2021년부터 장애인 국가대표로 활약해온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비장애인 국가대표에 선발되며 한국 사격계에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김우림의 사격 인생은 누나 김고운(30)으로부터 시작됐다. 열병으로 청력을 잃은 누나가 먼저 총을 잡았고, 동생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길을 걸었다. 청각장애 탓에 코치의 지시를 온전히 들을 수 없었지만, 그는 눈빛과 손짓, 몸짓으로 동료와 호흡을 맞추며 기량을 갈고닦았다. 고된 훈련 속에서도 특유의 끈기와 집중력으로 "차별 없는 무대에 서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누나 김고운 역시 현재 세종시 연고 BDH파라스 장애인사격팀 소속으로 활약하며 최근 전국대회에서도 꾸준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훈련장의 땀방울은 마침내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 5월 열린 대구시장배 전국사격대회에서 김우림은 남자 10m 공기소총 본선에서 635.2점을 기록,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2관왕에 올랐다. 이 성과는 곧바로 비장애인 국가대표 발탁으로 연결됐다. '장애인 대표에서 비장애인 대표로'라는 도전의 서사는 한국 스포츠계에 강렬한 울림을 던지고 있다.
보은군도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직장운동경기부 운영을 통해 김우림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왔다. 최재형 보은군수는 "장애를 이겨내고 국가대표로 선발된 김우림 선수의 도전은 우리 모두에게 큰 감동"이라며 "앞으로도 군민의 자랑스러운 체육 인재가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격려했다.
김우림은 경기장 밖에서는 효심 깊은 아들로도 잘 알려져 있다. 홀로 남매를 키운 어머니를 위해 최근 누나와 함께 아파트를 마련하며 "작은 도리를 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머니께 드리고 싶은 진짜 선물은 2028년 LA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서 품에 안겨드리는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들 사격 남매는 이미 세계 무대에서도 빛난 바 있다. 2021 카시아스두술 데플림픽(청각장애인올림픽)에서 김우림은 남자 10m 공기소총 은메달, 김고운은 여자 10m 공기소총 동메달을 따내며 나란히 시상대에 올랐다. 서로를 끌어안던 그 순간은 한국 스포츠사에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다.
청각의 벽을 넘어 비장애인 무대에 당당히 선 김우림. 그의 총구에서 울려 퍼질 다음 메아리는 충북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에 또 한 번 깊은 울림을 전할 것이다. 보은/이진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