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도 못 끊는 스마트폰

2025.09.23 14:32:09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스마트폰이 곁에 없으면 도무지 편치 않다, 폰의 위치를 확인해야 잠도 편히 잘 수 있으니, 이만저만한 정분이 아니다.

국내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 비율이 약 20~30%에 달한다는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조사결과를 보니 헛웃음이 나온다. 위험범위에 들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20~30% 미만일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특히 숏폼의 중독성이 크다. 길어야 60초 내외, 우리의 입맛에 딱 떨어지는 동영상 콘텐츠는 이런 세상이 있나 싶게 매혹적이다. 어떤 친구나 연인도 이처럼 마음에 들었던 적이 없었던 듯싶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든 유튜브 쇼츠의 매력에 침팬지까지 빠져 버렸다는 소식이 들린다. 중국 상하이 야생동물원의 '딩딩'은 귀여운 재롱으로 인기를 끄는 두 살 먹은 침팬지다.

최근 SNS에 '딩딩'이 휴대전화 영상에 집중하는 모습이 연이어 올라왔다. 동물원을 찾은 사람들이 우리 앞에서 쇼츠나 릴스를 보여주면 넋을 잃고 화면에 집중하는 영상이다. 어린 침팬지는 사람처럼 음악과 드라마에 열광했다.

스마트폰에 빠진 침팬지를 보는 재미에 방문객들이 다투어 딩딩을 찾게 되자, 동물원은 우리 앞에 '스마트폰은 장난감이 아니다. 스마트폰 영상을 보여주는 행위를 멈추라'는 안내판을 설치했다. 동물원의 침팬지 스마트폰 시청 금지령 관련 영상은 조회 수 천만 회 이상을 기록하는 관심을 받았다.

'침팬지는 안경을 쓸 수 없어 영상을 많이 보면 시력이 손상되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동물원 측의 호소에 많은 누리꾼이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동물원의 조치를 무시하고 몰래 영상을 보여줘도 처벌은 받지 않는다고 한다.

침팬지 스마트폰 시청 금지령을 내린 이웃나라 사정을 보며, 사람에게도 스마트폰 시청 자제령을 내려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비롯한 동영상 미디어 이용시간이 크게 늘었다. 내 집 네 집 할 것 없이 온 국민이 잠을 줄여가며 온라인콘텐츠에 빠져 있으니 이만저만한 문제가 아니다.

'브레인 롯(Brain Rot)'은 온라인 콘텐츠 과잉 소비로 인한 정신적 피로나 지적 능력 저하를 자조적으로 표현한 단어다. '뇌가 썩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신조어로 옥스퍼드 사전은 브레인 롯을 디지털 시대의 문화적 현상을 반영한 단어라고 평가했다.

스마트 폰의 과도한 사용으로 점점 브레인 롯 상태에 이르게 된 청소년들의 스마트 폰 중독을 막기 위한 '청소년스마트폰 프리 운동'이 국회에서 진지하게 논의된다. '청소년 스프운동, 왜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의 토론회는 단순한 금지나 규제를 넘어 교육적 대안과 사회적 합의를 모색한단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열어본다. 스마트폰이 곁에 없으면 불안, 초조하다. 가족이나 친구보다 스마트폰이 더 가깝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우울하다.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업무 중에도 스마트폰을 계속 확인한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해야 할 일을 미룬 적이 있다. 스마트폰 보는 시간을 줄이기 힘들다. 스마트폰 때문에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

10개의 질문 중 5개 이상에 해당하면 스마트폰 중독 가능성이 높다는데, 모든 질문이 내 행동에 가깝다. 이러다 뇌가 썩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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