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남일면 '미니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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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3 14:06:42

미니분경 윤태근 대표

[충북일보] 온통 검은 들판이다. 3천 평 규모의 너른 땅을 빛이 들지 않도록 검은 천으로 꽁꽁 감춰뒀다. 빛은 막되 공기와 물은 투과되는 구조다. 어느 곳은 편평하고, 비닐하우스처럼 보이는 아치 형태도 있다. 검은 천을 걷으면 직사각형 판에 융단처럼 깔린 초록빛이 눈부시게 펼쳐진다. 멀리서 보면 벼나 잔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짧은 길이에 통통하게 수분을 머금은 이끼다.
이끼의 생명력으로 가득한 미니분경은 청년 후계농 윤태근 대표가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에서 운영하는 이끼 농장이다. 이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조경사업을 하시는 아버지 덕이다. 늘 흙과 나무를 가까이했던 것이 영향을 줬다.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의 일이 막연하게만 보였다. 토목을 전공하고 다른 길을 찾아 수년간 일했지만 서른 살 무렵 아버지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같은 길을 걷고 싶진 않았다.

아버지가 다루는 큰 규모의 나무와 바위 대신 집 안 한편에 둘만 한 작은 정원을 떠올렸다. 아버지가 취미로 만든 작품들이 보였다. 돌 조각으로 모양을 잡고 식물을 붙여 만드는 석부작은 대자연을 축소해 만든 아름다운 조형물이지만 젊은 세대가 접하기에는 이질감이 있었다.
더 아기자기하게 꾸밀 수 있는 작은 생태계가 필요했다. 투명하게 규모를 지정한 공간 안에 이끼와 돌조각 몇 개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재미를 찾았다. 대중적인 취미로 알려지지 않았던 테라리움이다.

테라리움을 시작한 뒤 블로그 등을 통해 콘텐츠를 알리는 데 집중했다. 어느 정도 테라리움에 대한 정보를 소개한 뒤에는 강의 요청이 이어졌다. 생기로 가득한 테라리움은 보는 것뿐 아니라 만드는 과정부터 치유의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학교와 기업, 기관과 시설 등 곳곳에서 수요가 있었다. 어린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가 이끼 만지는 즐거움에 빠졌다. 계획대로 만드는 유리병 속 작은 세계는 자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마음을 위로했다.
점점 많은 물량이 필요해지면서 품질을 비교하며 구하다 보니 좋은 이끼를 직접 생산하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었다. 청년 후계농으로 선정된 뒤 첫 도전으로 200평 규모에 한 종류의 이끼를 뿌렸다. 결과는 명확한 실패였다. 성장하는 듯 보이던 이끼가 초록빛을 잃었다. 사용하는 차광막의 투과율을 달리하고 관수와 배수 등 생육환경과 조건을 바꿔가며 집요하게 시도한 결과 다음 해는 3분의 1, 그다음 해는 3분의 2로 성공확률을 늘려갔다.

3천 평 규모로 재배 면적을 늘린 지금도 여전히 한낮을 제외한 새벽과 저녁은 이끼 재배 작업에 매진한다. 점점 날씨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워 온도와 바람, 강수량 등 변수에 따라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니분경에서 재배하는 이끼는 5가지 종류다. 솜털처럼 뭉쳐 있거나 꽃송이, 나무, 너구리 꼬리처럼 생긴 이끼 등 다양한 형태를 띤 이끼가 여러 용도로 소비자들을 찾는다.
잘 키워져 새로운 생육환경에 자리 잡은 뒤에는 관리가 쉬운 것이 이끼의 장점이다. 한 해의 모든 계절을 겪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추운 겨울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도 다음 해 봄이면 다시 푸릇하게 올라오는 이끼는 미관상 좋을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이다.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등 공기 질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기관의 옥상 정원이나 카페 조경, 행사장 정원 등을 조성할 때도 점차 많은 이들이 이끼를 찾는 이유다.

이끼와 돌, 모래 등 테라리움을 만들기 위한 모든 것이 준비된 온라인 쇼핑몰은 3천 개 넘는 리뷰가 고객들의 만족도를 드러낸다. 우연히 이끼를 체험한 이들도 귀여운 초록 식물의 매력에 빠져 또 다른 유리병 속 세계를 만들기 위해 찾아온다.

밤낮으로 이끼를 쓰다듬는 태근씨의 손길이 바쁘다. 더 많은 이들이 이끼를 알아보기 바라는 청년 후계농의 열정과 애정이 꽃보다 예쁜 눈부신 초록빛을 만든다.

/ 김희란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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