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관리, 인간존엄 차원의 문제다

2025.09.21 17:22:21

[충북일보]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공평하게 주어진 두 가지가 있다면 시간과 죽음이다. 배운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가진자, 못가진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시간과 죽음 앞에는 예외가 없다. 그래서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공정하고 공평한 선물'이라는 말이 생긴지도 모른다. 만일 시간과 죽음이 공평하게 주어져 있지 않다면 인간 세상은 어떻게 될까. 겪어 보지 않고 일어나지 않은 것을 가정을 전제로 논한다는 것이 어폐가 있지만 아마도 혼돈과 무질서 그 자체가 아닐까. 주어진 시간이 누군가에는 많고 누군가에게 적다면, 또 죽음이라는게 누구는 피해가고 누구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그것을 수긍하고 받아들일 사람이 있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현재와 같은 공동체는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시간과 죽음은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기본질서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물론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과 죽음이 공평하다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대처하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하는 자기 성찰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무거운 주제를 장황하게 거론한 것은 죽음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죽음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게 본능이지만 앞서 말한 것 처럼 지구상 단 한 사람도 예외일 수 없다.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가 죽는다'를 인정하면서 그렇다면 어떤 죽음을 맞아야 하는 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요즘 많이 회자되고 있는 '웰다잉'이라는 말이 생긴 것도 바로 그런 이유때문이다. 여하튼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가능하다면 후회가 남지 않도록 삶을 잘 마무리하길 원한다. 이것도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런 마지막을 상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이런 기대는 고사하고 아무도 돌보는 이 없이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가 의외로 많다. 고독사가 늘어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족해체현상이 가속화되고, 먹고 사는 경제적 문제까지 심화되면서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판단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조사한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7명 수준이던 충북지역 고독사 발생 건수는 이듬해인 2018년 90명으로 50% 늘었고, 지난 2023년에는 167명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고독사 발생건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도 놀랄일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65세 이상 노인층이 아닌 50~60대의 중장년층에서 고독사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잠재적 위험군이 매우 많다는 점이다. 청주시가 현재 파악하고 있는 중장년층 고독사 위험군은 약 300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에 속해 있다. 잠재적 위험군이 예상보다 많고 증가속도 또한 빨라지자 청주시가 정확한 실태파악을 위해 고독사 위험군 전수조사에 나섰다. 오는 11월까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 중장년층 1인 가구 4천7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며, 최종 결과가 나오면 유관기관과 협력해 다양한 고독사 예방 사업을 펼치겠다는 것이 청주시의 계획이다. 노년층이 아닌 중장년층까지 확대·조사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청주시의 계획은 올바른 방향설정이다. 조사가 끝나야 정확한 상황파악이 가능하겠지만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중장년까지 자치단체의 안전망을 가동하겠다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사회가 고독사 문제를 살펴보고, 앞으로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데 새로운 기준점이 마련 되길 기대한다. 인간은 그 자체로 존엄의 대상인 만큼 한 사람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것도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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