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의 디테일은 거칠다

2025.09.17 14:13:41

강대식

충북문인협회 회장·충북사진대전 초대작가

국가의 사법 체계는 정교하고 섬세해야 한다. 법이 거칠고 섬세하지 못하면 죄를 범하고도 빠져나갈 구멍을 찾기 마련이다. 실제로 범법자들은 교묘하게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빠져나가기도 한다. 법에 명확한 제재 규정이 없으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잘못을 저질러도 처벌하지 못한다. 이는 법치주의에서 오랫동안 정의되어 온 근간이다. 그렇다고 법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항에 맞게 만들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입법의 미비점에 대해서는 판례에 의해 보완되거나 추후 입법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새로 만든 입법이 보편성을 버리고 특정사안이나 특정 인물을 겨냥하여 입법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입법권의 남용이고, 위헌적 소지가 될 여지가 있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하고, 예외 없이 적법하고 보편타당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요즘 국회를 보면 거대 여당의 독주가 힘센 공룡이 마당을 고르는 느낌이다. 특검이 3개나 가동되고 있는데 아직도 모자라는지 특정사안을 위해 또 특검을 만들려고 한다.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검찰 조직을 없애 버리고 새로운 수사 권력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미 문재인 정권에서 그런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만든 것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가 아니던가. 과연 공수처는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만들어 냈을까를 반문해 본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지고 난 후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고, 고소를 해도 사건처리가 늦어지면서 보이지 않는 고통을 받아왔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쾌한 답이 아직까지도 없다. 그럼에도 검찰 조직을 추석 전에 해체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분들이 검찰 조직 해체를 노골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피해가 어떻게 번져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미 특검 3개를 가동하면서 많은 검사와 수사관들이 차출되어 어떤 지검에서는 사건처리가 늦어져 특검 이전보다 30% 이상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는 기사도 나와 있다. 이 모든 것들이 현 정부와 여당에서 벌이는 일이다. 그럼에도 검찰 해체가 국민에게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다는 명확한 답을 정부나 여당이 제시하지도 못한다.

현재 여당은 거대한 공룡이 큰 몸을 가지고 힘자랑을 하듯 마당을 잘 다지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것 같다. 그러나 공룡의 발가락 사이에 움푹 들어간 곳이 계곡이 되고 발가락 사이에 쌓인 흙은 산이 되어 공룡이 다져놓은 마당에서 살아야 하는 개미에게 너무나 깊은 계곡과 산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지 못하는 듯하다. 세심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임기 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권력을 휘두르고 사라지겠지만 그 후폭풍을 감내해야 하는 국민은 그로 인한 피해를 온몸으로 느끼며 많은 세금을 들여 피해를 치료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300명 국회의원의 것이 아니다. 잠시 부여한 권력을 국민이 아닌 자신과 자신들의 조직만을 위해 사용한다면 그들은 국민의 위임을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우는 소인배에 불과하다.

거대 여당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다시는 국회의원이 될 수 없는 법안을 만들고,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해야 한다. 내란특검 특별재판부를 만들려고 하지 말고 선거법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만들어 선거법 위반자에 대해서는 법이 규정한 대로 6개월 이내에 재판이 종결되도록 해야 한다. 정치인의 범죄에 대해서는 현재보다 더 강하게 처벌하는 그런 법률을 만들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진정 국민들이 원하는 입법자로서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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