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인구감소지역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유치전에 뛰어드는 가운데, 충북 보은·옥천·영동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만 세 군 모두 "취지엔 공감하지만 재원 마련과 추진 주체, 행정 인력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며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곧바로 '희망' 버튼을 누르기엔 재정과 제도 설계가 따라주지 않는, 말 그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농어촌기본소득은 인구 유출이 심각한 군 단위 지역에서 거주 수당 성격으로 주민 모두에게 매월 15만 원(연 180만 원)을 조건 없이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는 내년부터 인구감소지역 69개 군 가운데 6곳을 시범 선정해 2년간 운영한 뒤 성과를 평가해 본사업 전환을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안에는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위한 재원 1천700억원이 반영됐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재원 분담은 국비 40%·도비 30%·군비 30%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영동군은 충북도(道)에는 참여 의사를 전달했지만, 재원과 인력 문제에 고심이 깊다. 스마트농업과 관계자는 "군민 4만2천 명 기준 총소요에 군비로만 약 230억 원이 든다. 국비가 40%에 그치면 도와 군의 부담이 매우 크다"며 "충북에는 인구감소 군이 5곳인데 두 곳 이상이 선정되면 도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커진다"고 했다. 또 "고령층 비중이 높아 카드 발급·안내 등 현장 행정도 만만치 않다"며 "주민에게 실익이 있다면 무모해 보여도 도전은 해야 한다"고 했지만, 끝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군의 고민이 배어 있었다.
옥천군 역시 희망 의사를 밝히되 재원과 설계 부분에선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중앙이나 도(道)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 현재는 '의향이 있다, 없다' 수준으로 의견만 타진된 상태"라며 "국비·도비·군비 매칭 사업이어서 재원은 결국 기존 자체 사업 조정으로 메워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지급 방식이 지역화폐 카드 중심이 될 경우 거주기간 검증, 한도 설계, 카드 발급·민원 대응 등 일선 행정 부담이 상당하다"며 "문서가 오면 공모 참여를 검토하겠지만 세부 기준이 먼저 내려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은군은 세 군 가운데 가장 신중하다. 스마트농업과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식 공문이 내려온 상태가 아니라 '내부 검토 중'"이라며 "신청 여부를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보은군은 군민 전원 지급을 가정할 경우 군비만 연간 160억 원 안팎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관계자는 "정부의 구체적 가이드라인과 분담 구조가 나와야 판단이 가능하다"며 "무리하게 추진하면 다른 주민 숙원사업과 인력 운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세 군의 공통분모는 분명하다. 취지에는 찬성, 그러나 재원과 주체·행정 인프라가 발목을 잡는다. 국비 비중과 지방비 상한, 도·군 간 비용 안분, 카드 기반 지급에 따른 고령층 접근성, 그리고 농민수당 등 기존 제도와의 중복·정합성 정리가 선결 과제로 꼽힌다.
공모 공고와 세부 지침이 확정되는 대로 보은·옥천·영동은 '유치 명분'과 '재정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어떤 해법을 제시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미 일부 군 단위에서는 TF를 꾸리고 주민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만큼, 충북 남부 3개 군이 농어촌기본소득 유치전을 둘러싸고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보은·옥천·영동 /이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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