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chatbot)과 그림 이야기

2025.09.16 14:54:41

챗봇(chatbot)이 그린『시(고등어)』이미지 그림

양선규

시인·화가

입추와 처서가 지나고 곧 추분이 다가오고 있으니, 끈적끈적한 여름의 깊은 속내가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기운이 몸속에 파고들어 시원함을 맛볼 수 있으니 곧 여름은 지리멸렬(支離滅裂) 할 것이며 서서히 사색의 계절 가을이 올 것이다.

"챗봇(chatbot), 또는 채터봇(chatterbot)은 음성이나 문자를 통한 인간과의 대화를 통해서 특정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제작된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토크붓(talkbot), 채터박스(chatterbox) 또는 봇(bot)이라 칭하기도 한다." 지난봄, 발표한『시(고등어)』를 AI에게 의뢰해 시에 대한 이미지 그림을 하나 받았다. 챗봇 사용이 처음 이어서 한린 시인의 도움을 받아『시(고등어)』에게 그림을 하나 입혀 주었다.

무슨 일이든 처음 하는 일은 호기심이 크게 작용하기 마련이다. 챗봇에 내가 쓴 '시'를 입력하고 원하는 이미지 그림의 화가를 선택하여 입력하면 '시'에 대한 그림이 단숨에 그려지는 방식이다.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번이고 반복해서 다른 화가의 이미지 그림을 요청하면, 또 다른 그림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여 그리는 수작업의 그림과는 다르게 빠른 시간에 그려지는 그림이다. 참으로 신기한 AI의 세계를 처음으로 경험하였다.

하얀 소금으로 염장한 고등어 한손 /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의 흔적이 있다

뭍에서도 지우지 못하는 생애(生涯) / 깊은 바다 유영하던 길, 새겨져 있다

푸른 등에 은빛 햇살 솟구칠 때마다 / 사내의 손에 비릿한 파도가 출렁인다

2025.한남문학 발표,『시(고등어)』(전문) 양선규

'시'의 내용처럼 챗봇이 그린 이미지 그림에는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의 흔적과 깊은 바다 유영하던 길이 새겨져 있다." 챗봇이 시의 이미지를 제법 잘 담아내었다. 난생처음 내 '시'를 AI가 이미지 그림으로 그려낸 것이다. 그림 그리는 화가로서 마음 내키는 일은 아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고도의 문명 시대에 무조건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다. AI가 그린 그림은 온전한 내 그림이 될 수 없고 작가의 감성과 따뜻함, 붓 끝으로 생성되는 손맛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현대인이라면 AI를 실행해 그림을 그리고 기타 작업들도 무난히 수행할 줄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자성어에 "새옹화복(塞翁禍福)이 있다. 이 말은 한때의 이익이 장래에는 손해가 되기도 하고 한때의 화가 복을 가져오기도 한다는 말이다." 즉 어떤 일이든 좋은 일이 있으면 그 이면에는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좋은 일에 쓰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겠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큰 손해를 보는 일도 있다는 지당한 말씀이다.

무슨 일이든 쉽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나중의 일일 수도 있겟지만 AI의 편리함이 우리에게 어떠한 부작용으로 다가올지 염려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AI가 어디까지 발전할지 관심이 많다. 머지않아 사람들의 일자리를 모두 AI가 대신한다든가, 섬세한 기계의 조립이나 심지어는 가정의 살림까지 도맡아 할 거라는 이야기를 우리는 공공연히 하고 있다. 이미 시작을 했으니 AI는 한없이 진화하고 발전하여 인간과 기술의 공존이 나름대로 가능한 부분도 있겠지만, 문명의 대 홍수 시대에 인간의 존엄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양선규(梁善奎)

충북 영동 학산 출생

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 동 대학원『조형미술학과』졸업

2021년 영신중학교 교장 퇴임

199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튼튼한 옹이』,『나비의 댓글은 향기롭다』

2016년 대한민국 미술인상, 2024년 한남 문인상 수상(외)

(현)대전광역시미술대전 초대작가, 충북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국미술협회,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작품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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