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 3년을 돌아보며

2025.09.16 14:22:11

김진균

청주시체육회장·전 충북교총회장

3년 전 충북교육은 과거의 학력 저하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목표하에 실력다짐 충북교육을 모토로 3년 동안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그 대표적인 정책이 '다차원 학생 성장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는 '다채움 플랫폼'이다.

다채움 플랫폼은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에 접속해 진단검사를 하면 AI가 학생들에게 수준에 맞는 교육자료를 추천해 줌으로써 아이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논리적으로 접근해 보면 이상적인 플랫폼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학교현장에서는 이러한 다채움이 진단검사용으로만 쓰이고 있고, 그나마도 참여하는 학생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초등학교에서 일부 사용되고 있고,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는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예산을 들여 다채움 플랫폼을 만들어 놓았는데 활용하는 학생이 적어 교육청의 고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왜 아이들은 논리적으로 보면 이렇게 좋은 플랫폼을 활용하지 않는 것일까· 이는 무엇보다도 다채움이 아이들의 요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육청이 만들어 놓고 아이들에게 참여를 강요하는 형식이 되다 보니 참여도가 낮은 것일 수도 있고, 다채움에 들어 있는 내용이 아이들의 관심을 끌 만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하튼 요즈음 아이들은 강요한다고 무엇을 하고 하는 아이들이 아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MZ세대 교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성과 위주나, 보여주기식 정책을 통해서는 절대로 아이들과 교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정책이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나 교사가 관심을 가질만 한 정책이나 프로그램을 내어 놓아야 한다. 이 말은 탁상행정이 아니라 아이들과 교사의 요구를 충분히 수렴하여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 진단검사 프로그램의 경우 사설 기관에서 만든 프로그램도 많이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필요로 하지도 않는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 아이들의 참여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윤건영 교육감은 임기 초부터 학력 위주, 시험 위주 정책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초등 5, 6학년의 경우 학기별 총괄 평가를 실시함으로써 사실상 기말고사를 부활하였고, 중학교 지필평가 학기별 2회 실시, 신입생 진단평가 실시, 고등학교 야간 자율학습 강화, 대입 결과 강조 등 학력과 시험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윤건영 교육감이 학력을 강조한 것은 학력 저하 문제를 극복해 보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인 만큼 그 방향성 측면에서 크게 잘못되었다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윤건영 교육감 취임 후 3년여가 흘렀지만 학력 향상을 위해 평가 위주의 교육을 강조하고 다채움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놓은 것 이외에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나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윤건영 교육감을 윤길동이라고 말을 한다. 그 이유는 어디든 나타나기 때문이란다. 이것을 긍정적으로 보면 좋게 보일 수도 있지만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든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개그로 "소는 누가 키우냐"라는 말을 하는데, 어디든 나타나는 윤길동님께 묻고 싶다. "아이들 교육은 누가 하냐고" 이렇게 밖으로만 다니고 있으니 취임하고 3년이 지났음에도 이름뿐인 교육정책이나 다채움 플랫폼을 만들어 놓은 것 이외에 뚜렷한 교육정책이 보이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아무리 학력이 중요해도 교육은 전인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교육은 수업과 평가 그리고 인성에 대한 강조가 우선되어야 한다. 수업에 대한 강조 없이 평가만 강조한다고 학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설령 진단평가를 통해 학력 향상이 이루어진다 해도 수업을 과소평가하거나 인성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교육은 지덕체의 통합체 이어야 함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하나의 교육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하고, 신중하면서도 아이들과 교사들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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