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네돈까스 왕돈가스
[충북일보] 하얀 원형 접시 위에 놓은 돈가스를 받아든 손님이 익숙한 손길로 조각을 만든다. 쓱쓱 대충 썰어둔 것 같지만 자신의 입에 딱 맞는 크기다. 흩어진 소스까지 골고루 묻혀 돈가스를 한입에 넣는다. 고가네왕돈까스 단골들의 숙련된 기술이다.
고가네왕돈까스는 그야말로 옛날돈가스 그 자체다. 1980년대 양식을 배웠던 아버지의 기술이다. 호텔 레스토랑을 나온 뒤 그 시절 부강에서 아내와 함께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분위기 있는 장소에서 즐기던 부부의 돈가스는 11년간 자리를 지켰다.
고가네돈까스 치즈돈가스
전례 없이 힘들었던 IMF시절, 잘 해오던 레스토랑을 닫고 분식집으로 가게를 옮겼다.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에도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으로 분식만한 것이 없었다. 식탁 위에서도 끝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뚝배기 떡볶이를 대표 메뉴로 내세웠다. 떡과 어묵, 채소를 다 건져 먹어도 여전히 따뜻한 뚝배기 속에 밥을 비벼 먹으면 더욱 든든했다. 10여 년간 이어진 분식집에서도 돈가스는 멈추지 않았다. 양식으로 먹어도 맛있는 돈가스지만 분식으로도 손색없었기 때문이다. 고급스러운 메뉴로 여겨졌던 돈가스를 매콤한 떡볶이 소스와 함께 먹으니 오히려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고기를 손질하고 튀기고 소스를 만드는 일은 그렇게 이어졌다.
2006년 청주 청원구 우암동으로 자리를 옮길 무렵 가게 이름을 고민했다. 아버지의 성과 어머니의 성을 합쳐 '최고네'가 후보에 올랐지만 최 씨네 가족의 중심이 된 고복란 대표의 성만 사용해 '고가네'로 정했다.
고가네왕돈까스 최석일 대표
20여 년 축적된 정통 돈가스의 노하우를 '고가네왕돈까스'에 담았다. 대표 메뉴는 왕돈가스와 치즈돈가스, 뚝배기 떡볶이다. 수년 전 아버지의 기술을 이어받은 아들 최석일 대표가 아침마다 생등심을 받아 손질하고 두드려 펼친다. 널찍하게 두드린 고기는 밑간 후 빵가루를 묻혀 주문과 동시에 튀긴다. 모짜렐라 치즈를 아낌없이 넣은 치즈 돈가스는 반으로 자르면 치즈가 주르륵 쏟아진다.
고가네 만의 특별한 돈가스 소스는 여전히 어머니가 직접 끓인다. 단호박, 사과 등 천연재료와 땅콩버터를 적절히 이용해 천연 단맛과 감칠맛, 고소함이 어우러지는 특유의 끝맛을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여러 재료를 다양하게 시도하다 결국 찾아낸 전통의 맛이다. 바삭하고 촉촉한 돈가스 맛을 완성하는 특별한 소스 맛에 빠져 단골이 된 이들이 대부분이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튀김의 단점은 뚝배기 떡볶이가 보완한다. 매콤달콤한 맛으로 바르르 끓인 뚝배기를 받으면 소스를 돈가스에 뿌리거나 찍어 함께 먹는다.
메뉴만큼이나 반찬도 단출하다. 계절에 따라 배추김치와 열무김치가 번갈아 나오는데 이 역시 어머니의 손맛이다. 늘 상 위에서 빠지지 않는 반찬은 무생채다. 매일 담그는 것 말고는 별다른 비법이 없다는 반찬이지만 단골들은 밥에도 비벼먹고 돈가스에도 올려먹으며 마음껏 활용하는 중요한 곁들임 메뉴다.
간판에 써붙인 부대찌개도 착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메뉴다. 사골육수를 활용해 햄과 채소를 끓이는 부대찌개는 익숙한 맛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가성비 메뉴로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여느 부대찌개 전문점과 달리 돈가스나 떡볶이를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손님들이 원하는 구성은 선택하기 나름이다. 부대찌개와 돈가스, 부대찌개와 떡볶이, 돈가스와 떡볶이 등 나만의 세트 메뉴가 조합을 이룬다.
여름에 별미로 즐길 수 있는 물냉면이나 하루 전 예약하면 먹을 수 있는 닭백숙, 닭도리탕도 찾는 이들이 많다. 어머니의 손맛을 익히 아는 단골들이 세월과 함께 쌓였기 때문이다.
한결같은 꾸준함이 변하지 않는 맛을 만든다. 바랜 기억 속 추억의 맛을 찾아온 손님들도 그날의 맛을 선명하게 떠올린다. 어느덧 40여 년의 시간을 이어온 맛이 전하는 특별한 힘이다.
게 / 김희란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