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로 살아가는 용기: 스포트라이트 효과(Spotlight Effect)

2025.09.14 15:32:28

홍승표

충청북도교육청 유초등교육과장·교육학 박사

왜 그랬을까? 그런 실수를 했지? 문득 과거의 부끄러운 일들이 머릿속을 가끔 스칠 때가 있다. 남들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자신의 실수에 대한 상황들이 종종 기억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이유는 무엇일까? '혼자만의 기억이야'라고 여기면서 말이다.

여러 명 앞에서 발표할 때, 혹은 큰소리로 책을 읽을 때, 가끔 얼굴이 빨개지거나 말을 더듬었다면, '망쳤어', '다들 눈치챘을 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듣는 사람들은 내용을 이해하느라 바쁘고, 나의 말실수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지하지 못하는데 말이다.

새 옷을 입었을 때, 머리를 엉뚱하게 자른 날, 가게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던 일, 실수로 커피를 쏟았던 날, 마치 주변 모든 사람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고, 내가 한 실수나 상황이 커다란 이슈(issue)가 된 것처럼 과도한 느낌을 받게 된다. '나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인식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스포트라이트 효과(Spotlight Effect)라고 부른다.

이를 실증적으로 입증한 실험이 있는데, 2000년대 미국 코넬대학교 심리학자 토마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와 그의 동료들이 진행한 '베리 맨일로우(Barry Manilow) 티셔츠 실험'이다. 실험 참여자들에게 1970년대 팝스타 베리 맨일로우의 얼굴이 큼직하게 박힌 촌스러운 티셔츠를 입도록 요청하였다. 그 상태로 다른 학생들이 모인 방에 들어가게 했고 이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이 입은 티셔츠를 기억할 것 같냐고 물었다.

참여자들은 평균적으로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티셔츠를 기억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작 '23%'의 참여자만이 티셔츠를 기억하고 있었다. 실험 참여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훨씬 더 많이 주목하고 있다고 느꼈다. 사람들이 실제보다 자신이 더 눈에 띈다고 믿는 경향, 이를 통하여 스포트라이트 효과를 실험적으로 증명하였다.

왜 이런 차이를 보이는 걸까? 그 이유는 뇌의 정보 처리 방식과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한 정보에는 상당히 민감하다. 자기중심적(Ego-centrism) 사고와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자기에 대한 정보, 즉 오늘 입은 옷, 자신의 말투, 자기의 작은 실수까지 다 기억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민감도가 타인에게도 적용될 것이라는 착각에서 온다. 하지만 타인에게 우리는 그저 하루 중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존재 중 하나로 인식될 뿐이다. 이 차이가 스포트라이트 효과를 만든다고 보면 된다.

청소년기, 아동기 그리고 SNS시대를 살아가면서 스포트라이트 효과는 더 민감할 수 있다. 이 간극(차이)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지 재구성이 필요하다. 타인의 입장이 되어 보는 연습, 역지사지, 도덕적 민감성, 배려가 필요하다. 발표에 실수한 친구에게 우리는 '잘했어, 다음에 잘할 수 있어'라고 격려하지, 흉을 보거나 놀리는 사람은 드물다. 타인도 우리(나)에게 관대하다는 것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실수는 남이 아니라 내가 더 오래 기억하게 된다. 우리는 각자 삶의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라고 생각하며 사는지도 모른다. '완벽한 모습'이 아닌 '진짜인 나'로 살아가는 용기, 그것이 우리의 지나친 자의식에서 벗어나 스포트라이트 효과를 극복하며 사는 방법이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삶이 이러하였으면 한다. 동행 공감 능력 키우기(타인의 감정 이해하기), 다양성 존중하기, 적극적으로 경청하기, 도덕적 민감성 키우기, 역지사지와 서로 배려하는 삶이 되었으면 한다. 칭찬과 격려 속에서 즐겁고 행복한 배움이 있는 충북교육 현장이 되어, 충북교육공동체 모두가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롭고 자유로운 삶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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