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영의 '음악이 흐르는 수필' - 공연 중에 졸지 마세요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 교향곡 94 놀람

2025.09.10 18:14:13

ⓒ클립아트코리아
엘리베이터를 탔다.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 "할머니가 음악 선생님을 하셨어요" 라며 빙그레 웃는다. 뒤이어 학교에서 고전파 음악가 "하이든 놀란 교향곡인가, 놀람 교향곡인가 배웠어요. 그런데 옛날 음악가들은 머리 모양이 여자들처럼 아름다워요"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모차르트 머리는 귀엽고요. 베토벤은 우리 엄마 머리처럼 파마하고 드라이한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잠깐 스친 학생이지만,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많은 듯 보여 반가웠다.

그 당시 유럽의 음악가들은 대부분 가발을 썼다고 알려주고,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이라고 설명했다. 음악 시간에 교향곡의 아버지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과 고전파 음악가들에 대해서 배우고, 감상 수업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귀여운 남학생이 "가발이었네" 하며 무언가를 배운 듯 살짝 웃었다. 학생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급히 뛰어나간다. 등에는 영어학원 가방이 보였다. 욕심 같아서는 학생에게 놀람 교향곡의 일화를 들려주고 싶었다.

'놀람 교향곡'은 '살로몬 교향곡' 전 12곡 3곡 2악장의 표제이다. 주제가 느리고 약하게 진행하다가 갑자기 팀파니 3대가 포르티시모로 등장한다. 각각 다르게 음높이가 나타나,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대부분 오케스트라에서 팀파니는 5도 차이가 나게 2대가 연주한다. 포르티시모에 놀라 소리치는 관객들로 공연장 전체가 웃음소리로 가득 찬다. 특히 이 부분에서 다 같이 소리 지르며 환호했다.

필자는 마음이 허전하거나 복잡할 때 예술의 전당 같은 음악회장을 찾는다. 오케스트라는 대부분 연주하는 시간이 길다. 따라서 깜빡 졸고 있는 관객들을 볼 수 있다. 고전 시대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으리라. 그 시절에는 공연장을 찾는 귀족들 모두가 본인이 상위급 신분이라며 온갖 치장을 하고 음악회장을 찾던 때가 아닌가.

하이든은 오케스트라가 긴 공연을 할 때,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귀족들을 보며 아이디어를 내었다. 그는 '공연 중에는 졸지 마세요' 하는 마음으로 관객들을 깨우려고 작곡한 곡이 '놀람 교향곡'이다. 이처럼 하이든의 곡은 재치가 넘쳤다고 생각해 본다.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Franz Joseph Haydn)은 오스트리아 로라우에서 태어나 77세로 빈에서 생을 마감한 음악가이다. 그는 1732년에 유럽의 대부분 가정처럼 12명의 아이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생활고에 시달린 부모님은 어린 하이든을 친척 집에 위탁했다. 5살 때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이기 시작해 6살 때는 교회 성가대원으로 노래를 불렀다. 그는 18살 때까지 성가대에서 소년 소프라노로 이름을 떨쳤다.

변성기가 오며 성가대를 떠나 귀족의 집을 찾아다니며 지내게 됐다. 그러다가 귀족인 에스테 하지 후작 집안의 궁정 악단장을 지내며 1천여 곡이 넘는 많은 곡을 썼다. 그는 새로운 시도로 아이디어를 쏟아내었다. 곰, 철학, 개구리, 암탉 등 재미있는 별명은 하이든이 직접 붙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붙여주기도 했다. 역대 작곡가 중 가장 많은 수의 교향곡을 작곡해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린다.

'94번 놀람'도 갑자기 매우 세게를 넣어 관객들을 놀라게 하며 '놀람'이라는 별명이 지어졌다. 작품으로는 시계, 놀람, 고별 등 108개의 교향곡, 협주곡, 기악곡, 실내악곡 '천지창조' 등의 오라토리오 및 성가곡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곡이 있다.

'놀람 교향곡' 2악장을 살펴본다. 현악기의 가벼운 스타카토로 시작해 주제의 선율이 간단하다. 첫 주제가 반복되며 두 번째는 조용한 피아니시모(PP)로 연주한다. 마지막 부분에 갑자기 팀파니를 비롯한 모든 악기가 힘차고 아주 세게 포르티시모(ff)로 연주한다. 여기에서 놀람이라는 표제가 자연스럽게 붙게 됐다. 가벼운 리듬 속에 독특한 아이디어가 이 곡을 색채감 있게 코다로 연결하며 끝이 난다.

놀람 교향곡은 4악장이지만 대부분의 음악 애호가들이 재미있는 2악장을 좋아한다. 이 곡은 별명이 놀람 교향곡으로 알려지나 제목은 '교향곡 94번'이다. D 장조의 짧은 서주로 시작해 1 주제가 전체 곡을 대표로 한 가락이다. 이 곡은 93 교향곡과 함께 1791년 가을 영국에서 작곡했다. 그 이듬해 1792년 '살로몬 음악회'에서 초연되며 절찬을 받았다.

음악 소리는 뇌의 영역을 지나 마음속까지 스며든다. 119 소방차가 지나갈 때를 떠올려 보자. 귀를 통해 무슨 일이 있나 놀라게 된다. 새들을 보라 작은 소리에도 놀라 날아가지 않는가. 하이든은 관객들을 긍정적으로 놀라게 작곡했다. 듣고 보는 순간 뇌가 작용해 오감이 출동했으리라. 따라서 '놀람 교향곡'은 재치 있는 아이디어 상을 주고 싶은 음악이다. 모차르트, 베토벤을 가르친 참스승 하이든이 역시 지혜롭다는 생각으로 특별하다.

오케스트라 곡의 클라이맥스는 보고 듣는 이에게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관객들은 곡의 절정에 따르는 상황을 귀로 들으며 월드 투어를 한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사회가 어지럽고 힘들어도 공연장에서의 음악은 대중화가 돼있다. 음악회에서 음악을 들으며 심신 건강과 행복을 찾는 음악 애호가들이 공연장 가득 있지 않은가.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잔잔한 음악의 흐름 속에서 식사하게 된다. 이때 빠른 템포로 음악이 흐르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본다. 음식의 맛도 모르고 빠르게 폭식하게 된다. 이처럼 음악은 대중화가 돼 우리의 일상에서 흐르고 있다. 콘서트에 자주 가는 이들은 오감이 총출동하므로 감성의 꽃이 핀다. 이런 웰빙의 효과는 관객들을 능동적인 마인드로 물들이며, 행복의 길로 안내하리라.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와 악성 베토벤을 길러낸 음악 교육자, 교향곡의 아버지 요셉 하이든을 다시 떠 올려 본다. 하이든 L.P판을 꺼내어 축음기 위에 놓는다. '공연 중에는 졸지 마세요'의 주제를 담으며 놀람 교향곡을 월드 투어 한다. 삶의 서정이 소리 없는 스트리밍으로 흐르고 있다.

김숙영

수필가·음악인

*스트리밍(Streaming): 음악을 굳이 저장, 다운하는 일 없이 그냥 듣거나 보거나 하는 것

참고문헌: '고등학교 음악' 금성출판사.

'학생음악감상' 삼호출판사. '서양음악사' 심설당.

'송사비의 클래식 음악야화' 1458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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