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TV 프로그램 때문일까요? 문득 늑대에 대해 큰 관심이 가더군요. 늑대, 그 모습을 떠올리면 왠지 부정적인 생각이 앞섭니다. 실제로 국어사전을 보면 첫 번째 뜻풀이는 '갯과의 포유류로서 몸의 길이는 120cm, 꼬리는 35cm, 어깨높이는 64cm 정도'라고 나오지만, 두 번째 뜻풀이를 보면 '여자에게 음흉한 마음을 품은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수록되어 있습니다.
늑대의 이미지가 이처럼 부정적인 이유는 과거 인간과 늑대의 활동 영역이나 생활 방식이 상당 부분 겹쳤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수렵 채취 시기 무렵의 인간은 여러 핵가족이 모여 집단생활을 했고, 높은 지능으로 팀을 이루어 사냥했으며, 특히 사냥감을 지칠 때까지 몰아 잡는 전술을 펼쳤는데, 이는 늑대의 생활 습관이나 사냥 방식과 완전히 일치합니다.
때문에 선사시대부터 고대와 중세, 근세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늑대 간에는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졌습니다. 때때로 늑대는 인간을 습격했고, 인간은 늑대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 숲을 밀어버리거나 인간에게 복종하는 동물을 데리고 늑대를 사냥하는 등 서로에 대한 공격이 이어졌지요.
하지만 알고 보면 늑대는 그처럼 나쁜 동물이 아닙니다. 어떤 면에서는 인간보다 나은 동물이랄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감투를 두고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지만 늑대는 결코 우두머리라는 자리를 두고 경쟁하지 않습니다. 늑대는 자라면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를 자신의 역할로 만들어 묵묵히 수행합니다. 양육에 뛰어난 능력을 지닌 늑대는 어린 자식들을 돌보고, 사냥에 뛰어난 능력을 지닌 늑대는 먹이 사냥에 나섭니다. 특히 위기 상황 시 명령 계통이 따로 수립되지 않았지만 각 개체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 최선을 다합니다. 이처럼 늑대들은 서열이 없는 평등 시스템이지만 모두가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집단의 이익을 위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합니다.
늑대는 철저히 일부일처제를 지킵니다. 어니스트 시튼이 지은 '시튼 동물기'를 보면 수컷 늑대를 사로잡는 방법이 나옵니다. 수컷 늑대는 머리가 영리하고 전략적이기 때문에 잡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암컷 늑대를 잡으면 수컷 늑대는 쉽게 잡힌다고 합니다. 자신의 위기 상황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암컷 늑대를 위해 순순히 인간들에게 잡혀준다는 것이지요. 사냥할 때도 절대 약한 상대를 고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신보다 더 강하다고 여겨지는 상대만을 골라 사냥하는 것이죠. 놀랍게도, 엘리 H 라딩어가 지은 '늑대의 지혜'에 의하면 늑대는 종종 자신을 키워준 어미 늑대를 찾아가 안부를 전하기도 한다는군요.
누가 인간이 동물 중 가장 우수하다고 했을까요.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음모와 배신이 넘쳐나는 이 시대, 늑대는 인간이 추구하는 도리를 다한다고 여겨져 관심과 함께 애정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