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그릇의 역설

2025.09.07 15:30:57

문승민

세명대 교수

우리나라는 흔히 연평균 강수량이 세계 평균을 상회할 뿐만 아니라, 화강암과 편마암이 주를 이루는 지질 구조의 특성으로 인해 물까지 깨끗해, 물이 풍요한 국가로 인식되어 왔다. 즉, 물 과 관련된 걱정과 고민이 많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환경연구원(KEI)에서 조사한 「국민환경인식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홍수 및 가뭄과 같은 물 관련 문제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선택한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 12가지 중 8번째(10.4%)에 해당한다.

그러나 최근 발생하고 있는 가뭄 문제와 다양한 연구 보고서는 '물 풍요 속의 빈곤'을 경고하고 있다. 「남한상세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까지 연평균 강수량은 큰 변화가 없으나 강수일수가 점차 감소하는 등 물 공급의 불안정성과 물 증발량의 증가로 가뭄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2025년 8월, 전국에 집중호우가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강원도 강릉시는 역사상 유례없는 가뭄을 겪고 있다. 강릉시의 1~8월 누적 강수량은 관측이 시작된 1911년 이후, 역대 최저치인 404.2㎜에 불과하며, 이로 인해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오봉 저수지의 저수율은 14% 이하로 낮아졌다. 결국,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강릉시는 최종적으로 수도 계량기의 75%를 제한하는 급수조치와 재난 사태를 선포하였다.

강릉시에서 발생한 가뭄 현상의 핵심적인 원인은 단순히 비가 내리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태백산맥의 지형적 특성 때문에 발생한 비 그늘 효과(rain shadow effect)와 지리적 특성이 지적된다. 즉,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서쪽에서 넘어온 습윤한 공기가 수분을 잃고, 동쪽 사면을 내려오며 건조해져 가뭄을 심화시킨다. 또한 강릉의 하천은 경사가 급하고 폭이 좁아, 비가 내려도 동해로 유출된다.

즉,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서쪽에서 넘어온 습윤한 공기가 수분을 잃고, 동쪽 사면을 내려오며 건조해져 가뭄을 심화시킨다. 또한 강릉의 하천은 경사가 급하고 폭이 좁아, 비가 내려도 동해로 유출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강릉보다 강수량이 더 적었던 인접 도시 동해시와 삼척시는 가뭄 피해가 없었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동해시의 누적 강수량은 307㎜, 삼척시는 283㎜로 강릉시보다 적은 비가 내렸음에도 동해시는 제한급수를 시행하지 않았고, 삼척시도 도심 지역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처럼 강수량 수치와 가뭄 피해 정도가 일치하지 않는 현상은 단순히 비의 양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강수량 역설'을 보여준다. 두 지역이 적은 강수량에도 가뭄이 발생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앞서 살펴보았듯이, 강릉시는 전체 생활용수의 87%를 단일 수자원(오봉 저수지)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동해시는 자체 상수원인 전천·주수천과 달방댐을 삼척시는 광동댐과 하천 취수, 지하수 등을 수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즉, 수자원 다양화가 가뭄 발생 예방에 기여하는 바가 컸다.

삼척시를 포함한 강원도 남부 지역은 석회암 지층이 풍부한 카르스트(Karst) 지형에 속한다. 이 지형적 특성은 빗물을 지하로 빠르게 침투시켜 거대한 자연 지하댐 역할을 함으로써, 지표수의 양이 적더라도 지하에 풍부하고 안정적인 수자원을 보유하게 만든다. 실제로 삼척시의 가뭄 피해는 지하수나 계곡수를 자체적으로 이용하는 일부 소규모 마을에 국한되었으며, 도시 전체의 위기로 확대되지 않았다.

더불어, 가뭄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수자원공사와의 협력과 기술 협력, 노후화된 인프라 개선 등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며, 동해시는 2024년 물관리 최우수기관으로 선정 된 바 있다.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대한민국은 새로운 물 관리 시스템을 필요로 하고 있다. 강릉시의 사례에서처럼 지리적 특성과 기후 조건으로 심각한 가뭄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릉시의 사례가 제시하는 교훈은 명확하다.

가뭄을 예방하기 위해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수자원의 개발과 이를 연계하기 위한 사회적·기술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특히,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지하댐 건설, 농업용수를 비롯한 다양한 수자원의 개발 및 연계와 함께 해수 담수화의 검토도 필요하다.

나아가, 인근 지역과 수자원을 공유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도암댐의 활용 방안 역시, 수질 개선과 같은 기술적 문제 보다는 이용과 관련된 이해 관계자들의 신뢰와 합의가 쟁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뭄은 위기이자 동시에 물 관리 시스템을 혁신할 수 있는 기회이다. 선진화된 기술과 정책,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물 안전 사회를 실현하고 새로운 도약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