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민의회에서 혁명파는 좌측, 왕당파는 우측으로 나뉘어 앉았다고 한다. 즉 급진적인 변화를 원했던 이들이 좌측에, 점진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이들이 우측에 앉으면서 좌파와 우파가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1700년대 후반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대혁명은 프랑스의 제 3신분인 평민들이 봉건 체제를 폐지하고 국민의회를 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즉 국민의회는 군주제를 폐지하고 공화정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비록 나폴레옹의 쿠데타로 혁명은 일단락되었지만 기존 봉건 체제의 유럽 사회에 자유와 평등사상을 전파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좌파와 우파 또는 진보와 보수의 의미는 요즘에 와서는 대부분 가치가 서로 혼용이 되어 그 경계선이 모호하다. 좌파(진보)는 사회 구조의 개혁을 강조하며 노동자와 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데 주력을 한다. 복지 확대와 사회적 평등을 강조하며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다. 또한 큰 정부를 추구하며 공무원을 확대하고 재분배를 통한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주창하는 것이다.
우파(보수)는 자유로운 경쟁과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며, 기업의 자율성과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한다. 또한 경제성장과 국가안보를 강조하며 전통과 질서 유지에 초점을 맞추며 안정적인 현실을 지향하는 것이다. 작은 정부와 세금 인하, 규제 완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의 가름은 절대적 기준이 아닌 상대적 개념이다. 시대적인 환경과 역사적인 상황에 따라 축소 또는 확대가 되는 개념이기도 한 것이다. 특히 정치인들과 정당의 기득권 획득과 특권 유지의 수단으로 가치가 오염되어 왜곡과 오·남용이 일상화가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작금은 본래 의미의 진보나 보수보다는 짝퉁 진보, 짝퉁 보수가 판을 치는 형국이다. 특히 정치적 지형의 유·불리에 따라서-자기들 입맛에 따라서-무책임하게 호칭·정의를 하며 선전·선동을 하는 혼란스러움이 계속되고 있기도 하다. 상호 소통과 교통이 없이, 이해와 공감이 없이 이전투구의 극렬한 정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며 증오와 질시의 극단적 저주에만 몰두하는 안타까운 시대인 것이다.
보수는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와 사회적 규범을 중시하며 법치주의와 기회의 평등과 개인의 자유와 권리 보장을 요구한다. 반면 진보는 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며 약자 보호와 다양성 존중과 인권을 중시한다. 그렇지만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은 극명한 차이뿐만이 아니라 유사점도 가지고 있다. 개개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비록 변화의 실천에 대한 속도 다툼과 사안별 내용은 다르지만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과 접근이라는 측면에서는 비슷한 면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느 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어떤 것이 덜 중요한지를 가리는 것도 아니다. 서로 가치를 존중하고 견제하며 사회와 국가를 균형있게 만들어 가려는 가치 추구의 노력과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단지 개인과 집단의 사적이익 추구에 도구와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념의 아류가 아닌 것이다. "이견이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했다. 건전한 대립과 대결은 사회 다양성의 확보와 도덕성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단지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억압하거나 조롱하며 극단으로 치닫는 후진적인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