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화재 참사 유가족 대표단이 대통령실 경청통합수석과 만나 충북도 행정부지사, 제천부시장 등과 지원방안 마련을 논의하고 있다.
ⓒ제천화재 참사 유가족
[충북일보] 2017년 12월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친 지 8년이 다 됐으나 유족과 부상자 지원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직접 지원 논의에 나선 가운데 김영환 충북지사와 충북도의 무책임한 태도는 여전히 비난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제천 참사 유족과 부상자 대표와 충북도 행정부지사, 제천시 부시장이 참석해 전성환 대통령실 경청통합수석 등과 대화했다.
이 자리에서 유족 측은 참사 이후 소송 패소와 조례 제정 무산 등으로 사실상 방치됐다며 2023년 국회를 통과한 피해자 보상 결의안의 조속한 실행을 촉구했다.
이 결의안에는 유족·부상자 지원 대책 수립, 협의체 구성, 정부와 지자체의 공동 이행 방안 등이 담겼다.
류건덕 유가족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오랜 세월을 끌어왔는데 이제라도 대통령실이 중심이 돼 저희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충북도의 태도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김영환 지사는 지난해 유족들에게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한 조례 제정"을 약속했지만 지난 3월 4일 제천 도정설명회에서는 "조례 제정 없이 위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충북도 사회재난과 역시 "도 발의는 어렵고 주민조례발안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놓으며 사실상 책임을 회피했다.
하지만 충북도가 '배임 우려'를 이유로 조례 발의를 거부한 것은 사실상 변명이라는 비판이 이어졌고 실제로 지난해 유족 지원 조례안은 도의회에서 부결됐고 의원 22명이 공동 발의한 안건에 대해 충북도가 의회를 설득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 지적만 이어졌다.
도가 대안으로 내세운 주민조례발안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총 9천188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는 사실상 유족들에게 도민 청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어서 "또 다른 가혹한 짐을 지우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최근에는 제천시가 조례를 제정해 유족을 지원하려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충북도의 직접적인 지원방안 마련에는 여전히 소극적인 모양새다.
제천화재 참사는 소방합동조사단이 '부실한 방화 관리와 부족한 대응 소방력 등이 겹친 인재(人災)'라고 결론 내린 사건이다.
그러나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 2020년 충북도 상대 소송, 지난해 조례 제정 시도 모두 무산되며 유족과 부상자들은 7년간 제도적 사각지대에 방치됐으며 일부 유족은 트라우마와 상실감으로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정부가 사회적 참사 재발 방지와 피해자 지원 의지를 표명한 만큼 이번 대통령실 간담회를 계기로 피해자 보상 결의안이 실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충북도가 조례 발의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유족들은 또다시 고통받고 있다"며 "정부가 결의안을 근거로 직접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8년째 이어진 기다림 속에서 유족과 부상자들이 과연 실질적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충북도가 뒤늦게라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수 있을지 지역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제천 / 이형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