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또 다시 봄길

2025.08.18 15:28:40

윤진영

세명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얼마 전 지역사회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인생 2막, 또 다시 봄길'이라는 주제의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다시 꽃을 피우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수 있는 시기로서의 노년기를 재조명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다양한 심리검사를 통해 타고난 기질과 성향, 대인관계 패턴을 파악하고, 각자가 지닌 강점을 재발견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기에 대한 심도깊은 이해는 새로운 시작과 만족스러운 인간관계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압화를 이용한 무드등 만들기 활동을 하면서 꽃과 관련된 특별한 추억이나 삶의 장면을 회상하고, 밝게 빛나는 무드등처럼 삶을 밝혀주었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르신들이 지나온 삶을 회고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웃기도 하고 때로는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노년기의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어르신들을 보면서 행복은 거창한 성공이나 성취, 특별한 사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활발한 관계 맺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 어렵고 번거롭게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지금은 무언가를 배우지 않고서는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작은 변화는 삶을 새롭게 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고, 카톡으로 가족이나 친구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유튜브로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일상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탁구를 배우고, 악기 연주를 하거나 그림 그리기 같은 새로운 취미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지루한 일상을 훨씬 풍요롭게 할 수 있다. 뇌과학 연구에서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치매 예방은 물론 두뇌 건강을 지키고 정서적 활력을 높이는 데 긍정적 효과를 갖는 것으로 보고된다. 노년기 행복의 다른 중요한 요인은 바로 인간관계다. 가장 큰 행복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라날 수 있다. '고립 또는 외로움'은 '질병, 가난, 무위(無爲)'와 함께 노년기 4대 위험요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관심을 주고받을 때 살아 있음을 느끼고, 홀로 고립되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가족, 이웃, 친구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고, 지역사회 모임이나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관계 맺기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눈 뜨면 집을 나가야 돼. 나가서 사람을 만나야 사는 것 같지"라는 어르신의 말은 노년기 행복의 핵심을 담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릭슨(E. Erikson)은 노년기의 주요 발달 과업은 '자아 통합'을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아 통합은 과거의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의미를 부여하며 남은 시간을 희망으로 채우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노년이 되면 건강 악화나 사회적 역할의 축소 같은 어려움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하지만 지나온 삶을 담담히 수용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적극적으로 맞이하며,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바로 거기에서 행복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봄은 결코 한 번뿐인 계절이 아니며, 삶의 어느 순간이든 꽃은 다시 필 수 있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27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