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증에 빠진 언론

2025.08.12 17:28:29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영업 끝난 카페 앞 어린 커플 유사성행위 CCTV 포착, 영업 끝난 카페 앞 3분간 음란행위를 한 커플 CCTV 보다 '깜짝', 영업 종료된 카페 앞 복도에서 유사성행위 CCTV에 고스란히, '모텔 아닌데' 불 꺼진 카페 온 커플 갑자기 '애정행각', 문 닫은 가게 앞에서 젊은 커플의 민망한 행위, 상가 복도 유사성행위 커플.

최근 포털에 올라온 남녀의 애정행각에 대한 기사의 제목들이다. 선정적인 제목이 클릭을 유도한다. 내용은 이렇다.

한 종편채널에 아파트단지 내 상가 복도에서 한 젊은 커플이 유사성행위를 벌였다는 제보가 전해졌단다. 영업을 마치고 퇴근한 카페 주인이 집에서 카페 CCTV 앱을 살피다 젊은 남녀가 약 3분 동안 카페 앞 복도에서 스킨십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충격을 받은 카페 주인은 경찰에 신고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 경각심을 주고자 제보했다'며 대부분의 기사가 찍어낸 듯 두루뭉술하게 마무리 되어 있다.

영업이 끝난 매장 앞 복도에서 벌인 애정 행각의 증거 CCTV 영상이 마침 보도기사에 첨부돼 있어 내용을 살펴보았다. 실토하자면 무슨 짓을 벌였는지 엿보고 싶은 호기심이 컸다. 그런데 대한민국 언론사들이 나서서 충격적이라 지적한 문제의 행위는 몇 번을 다시 보아도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영상 속의 커플은 아주 앳되다. 키가 크고 몸피가 호리호리한 남성과 수수한 흰 티셔츠에 긴 바지 차림의 여성은 평범하고 단정하다. 데이트를 하다 귀가 중인 아파트 주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손을 잡고 나란히 상가에 들어선 남녀는 문을 닫은 카페 앞에 멈춰서 마주보고 포옹했다.

여성의 가슴에 머리를 묻은 남성의 모습이 보인다. 탈의를 하거나 민망할 정도의 과격한 스킨십은 영상에 없었다. 카페 주인의 제보에 의하면 그들은 약 3분 동안 복도에 머무르다 상가 지하 방향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언론이 흥분해서 지적하고 나설 사안이 아니었다. 더구나 CCTV 영상과 함께 유사성행위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제목에 올린 기사의 선정성이 불쾌하다.

법리적으로 유사성행위란 도구나 신체부위를 이용해 성행위와 유사한 행위를 하는 행동이다. 그러므로 입맞춤이나 포옹 등의 스킨십을 유사성행위로 부르는 것은 부적절한 표현이다. 유사성행위에 대한 좀 더 명확한 규정이 있지만 이쯤에서 정리하겠다.

문을 닫은 상가 복도에서 스킨십을 한 젊은 커플의 CCTV 영상을 제보한 카페주인의 혈기나 영상을 기사화해 두 남녀를 전국적 웃음거리로 만든 언론사의 보도는 모두 지나쳤다. 상가 복도를 지나다 몇 분 동안 스킨십을 한 연인의 행동이 충격적인 것이 아니라 영상을 올려 커플의 사생활을 노출시킨 언론의 행태가 훨씬 충격적이다. 모자이크 처리를 했으나 커플의 모습은 신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상태였다.

이러한 남녀의 스킨십이 형법상 '공연음란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있다. 공연음란죄(公然淫亂罪)는 공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벌인 죄다. 단 음란성을 판단할 때는 행위가 행하여진 주위환경이나 사건이 일어나는 생활권의 풍속, 습관 등의 사정이 고려된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개방된 상가의 복도였으며 일부 가게가 아직 영업 중이었음으로 '공연음란죄'를 물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방송 패널로 출연한 변호사는 '옆에서 누군가 봤다고 하면 범죄 성립의 여지가 있지만 주변에 아무도 지나가지 않아서 범죄가 성립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의 조언대로 아무한테도 피해를 주지 않은 스킨십이다. 그렇다면 부러워서 이 난리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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