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

2025.08.12 19:34:01

[충북일보] 포스코이앤씨가 전국 건설현장의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안전 기준이 새롭게 마련될 때까지 무기한 중단 의지를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면허 취소까지 언급하면서 회사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전국의 건설업계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전국 건설현장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기간은 오는 9월 30일까지 50일간이다. 건설현장마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충북 상황도 다르지 않다.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충북은 특히 6월 들어 소폭 개선된 지역건설 투자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건 아닐까 걱정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참여한 현장에서 공사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오창 방사광가속기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약 1조 원이 투입되는 충북의 숙원사업이다. 그런데 기반조성 공사부터 난관에 빠졌다. 기반공사 입찰(공사비 2천405억 원)에 참여한 기업은 포스코이앤씨 컨소시엄뿐이다. 영동에서 청주 오창읍을 잇는 '영동-오창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도 난관에 부딪혔다. 추정 사업비만 1조6천억 원 규모다. 2027년 착공해 2031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내에 산재한 크고 작은 다른 공사현장도 마찬가지다. 포스코이앤씨의 잇단 사고 이후 중대재해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과 강조가 영향을 미친 탓이다.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일벌백계식 처벌만으로 실질적 예방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이 대통령은 미필적 고의 살인까지 언급했다. 정치권의 대응도 여느 때와 달리 아주 강경하다. 정부는 앞서 밝혔듯이 불법 하도급과 안전 관리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법 위반 적발 시 영업 정지와 면허 취소, 삼진아웃제 적용 등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다. 기업 해체 수준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업계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예방은 단속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단속엔 한계가 따르게 마련이다. 강력한 규제와 함께 현장 중심의 안전문화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가장 먼저 건설사·제조업체는 현장별 CSO(최고안전보건책임자) 선임을 확대해야 한다. 위험요인 개선 절차를 내규로 명문화해야 한다. 투명한 안전 예산 집행은 기본이다. 강한 처벌만으로 산업재해가 줄지 않는 현실은 이미 입증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에도 각종 건설현장 사고엔 큰 변화가 없다. 올해 들어서만 이미 121명이 목숨을 잃었다. 건설업 사고 사망률은 타 산업의 4배나 된다. 법 집행이 약해서가 아니다. 다단계 하도급, 저가 수주, 공사 기간 압박, 고령·외국인 근로자 증가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건설·조선·제조업 등은 원·하청이 3∼4차까지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처벌만으로 사고를 줄이기는 어렵다. 예방을 위한 전방위 대책이 필요하다. 처벌 강화는 영세·중소기업에 더 큰 피해를 주기 십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처벌 수위와 적용 범위, 위헌 논란, 실효성 문제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엄정한 책임 추궁 못지않게 실효성 있는 산재 예방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 산업안전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다. 처벌법이 아무리 강력해도 현장 관리자의 의지와 노동자의 안전 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헛일이다. 법은 그저 무용한 법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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