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라는 말은 인류의 생존 본능과 능력을 표현하기 위해 관용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기후현상으로 인해 이러한 적응 능력을 시험받고 있는 상황이다.
기상청에서 발간한 「2024년 여름철 기후특성」 자료에 따르면, 여름철(6월~8월) 전국 평균기온은 25.6℃로, 평년(23.7℃)보다 1.9℃ 높았으며, 열대야 일수도 20.2일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또한 유난히 더웠던 올해 서울은 7월 한 달 동안만 22일의 열대야를 겪으며, 1908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긴 열대야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게 이상기후라는 표현으로 더 이상 설명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장마철 강수는 점차 국지성 호우로 변화되고 있고, 침수와 산사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온열질환자 수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2023년을 기점으로 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기상청도 우리나라의 기후 자체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핵심 전략으로 적응(Adaptation)이 있다. 이는 이미 진행 중이거나 예상되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부터 피해를 줄이고, 이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려는 활동들을 포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응 활동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IPCC는 이를 '적응의 한계(adaptation limits)'로 표현하고 있는데, 기후 변화의 속도가 한 국가의 기술적·재정적·사회적 역량을 초월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최근 여름철 발생하고 있는 폭염, 열대야, 국지성 호우와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가 적응의 한계점에 빠르게 도달하고 있음을 경고한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전략들은 대체로 점진적이며 사후 대응적인 성격을 보인다.
물론,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이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특징을 고려해야 하지만, 매년 같은 지역에서 반복되어 발생하는 수해 피해의 과정을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대체로 피해 발생 전 수문, 농수로, 하수구 정비 등의 예방의 중요성이 반복되어 강조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결국, 적응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자원은 기후 변화가 심화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20세기 철학자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는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 아니라 반항의 동물"이라 말했다. 이는 인간이 단순히 환경에 순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존재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단순히 순응하기 보다는 또 다른 기회로 인식하고 대처하는 '반항'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후 탄력성을 갖추기 위한 도시 설계,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지원, 물 관리 체계의 고도화를 통해 가뭄과 폭우 대응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기후변화는 단순히 적응을 넘어,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반항'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순응하는 것을 넘어 변화된 환경을 기회로 전환하려는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