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가을 뜨거운 햇볕,
늙어버린 호박에 기대었다가
몇 잎 남지 않은 파인애플데이지와
눈을 마주쳐보다가
툇마루에 걸터앉아 새까만 하늘에
그림을 그리다가
빈방에 윙윙 휘젓고 다니는
파리 한 마리를 지켜보다가
밥달라고 빽빽거리는 휴대전화를 달래다가
책을 꺼내어 활자를 끌어당기다가
꿈길로 들어서려고 이불을 뒤집어썼다가
도로 이불을 걷어내고 앉아
새벽의 문턱 넘는 시간을 주물럭거린다
동쪽 산이 붉은 해 하나 토해낸다
별과 달을 닮은 해가 방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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