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 월광사지에서 반출되고 있는 원랑선사탑비.
ⓒ제천문화원 자문위원 정삼철 박사
[충북일보] 일제 강점기 제천 한수면 월광사지에서 무단 반출된 원랑선사탑비(圓朗禪師塔碑, 보물 제360호)의 해체 및 이전 장면을 담은 희귀 사진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탑비 반환 운동이 시민 주도로 본격화되는 가운데 탑비의 문화사적 가치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1921년 겨울, 일제 당국이 탑비를 월악산 자락 송계리 월광사지에서 경성 조선총독부로 옮기는 장면을 포착하고 있다.
1929년에 조선총독부 주최로 경복궁에서 열린 조선박람회 개최 당시 경성협찬회가 발행한 채색사진엽서 안의 제천에서 조선총독부 야외로 옮겨온 월광사 원랑선사탑비.
전통 갓을 쓴 지역주민들이 옮기는 작업에 동원된 모습과 통나무로 만든 임시다리를 통해 개천을 건너는 과정까지 기록돼 있어 눈길을 끈다.
또한 1929년 조선총독부 주최 '조선박람회' 당시 경복궁 앞 전시 현장을 촬영한 채색 엽서 속에도 이 탑비가 등장한다.
이는 탑비가 식민지 조선의 상징적 전리품처럼 활용됐음을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제천문화원은 이와 같은 귀중한 자료 40여 점을 모아 오는 8월 8일부터 16일까지 제천시민회관 1·2전시실에서 '천년의 귀향, 1921년 월악산에서 일제가 밀반출한 원랑선사탑비 제자리로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문화원은 전시 기간 탑비의 제천 환수를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병행해 이 운동을 발판으로 반환 촉구 여론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일제강점기 경복궁 입구의 조선총독부 인근에 놓여 있는 반출된 원랑선사탑비.
ⓒ제천문화원 자문위원 정삼철 박사
윤종섭 제천문화원장은 "원랑선사탑비는 신라 말기 고승 원랑의 생애와 불교, 역사, 사상 등을 총망라한 1천600자의 비문이 남아 있는 대표적 문화유산"이라며 "단순한 석물 이상의 국가적 상징물로, 제자리인 제천으로 돌아와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탑비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 중이며 오는 2026년 개관 예정인 국립충주박물관으로 이전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랑선사탑비는 890년 세워진 통일신라 후기의 걸작으로 높이 3.95m에 달하는 대형 석비다.
탑비가 있던 월광사지는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 일대 월악산 자락에 자리하며 현재까지도 유서 깊은 사찰 터로 전해진다.
지역 문화계 안팎에서는 이번 전시와 사진 공개를 계기로 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천 / 이형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