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의 반이 후딱 지나갔다. 시간은 언제나 일정한 속도로 지나가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쏜살같이 지나간다고 말한다. 어제도 급히 하루가 저물고, 오늘도 아침 일찍 햇살은 창 가까이 와서 커튼을 열고 아침이 왔다고 어서 일어나라고 재촉을 한다.
2025년 영동교육지원청에서, 영동미술협회 화가들에게 후원하는 미술 작품 임대 사업에 참여 중이다. 값비싼 작품을 구매하여 공공 기관에 영구히 전시하는 것보다 임대 미술 사업은, 일정 기간 동안 작품을 주기적으로 교체, 전시하여 감상자들이 새로운 작품을 지속적으로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는 큰 이점이 있다. 작품 활동하기가 그리 녹록지 않은 시절, 지방에서 활동하는 작가로서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그림을 그려오면서 구상화, 반구상화. 비구상화 구분 없이 그때그때 마음의 동요나 대상에 따라 그림을 그려 발표해 왔는데, 이번에는 2024년 충북미술협회 전시에 출품했던 '비구상' 작품 <형상(2022-10)>을 한 점 출품했다. 작품 전시(영동교육지원청)는 8월 29일(금)까지다.
아무래도 비구상화는 대상을 엄격히 단순화하거나 제한하여 표현하기 때문에 감상자들이 그림을 그린 작가의 표현 의도나 작품의 경향을 궁금해하는 경우가 있다. 비구상화는 대상을 파격적으로 해체하여 작가의 감정에 남은 앙금을, 형태보다는 다양한 색채와 선 등에 의존하여 표현하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물과 거울에 비치듯 바닥 훤히 들여다 보이는 캔버스보다 보면 볼수록 궁금증 더해주는 그림이 더 좋을 때 있다. 정지된 화면 움직여, 보는 사람의 시각으로 배경을 질주하거나 내 멋대로 상상 나무를 타고 무한한 공간 여행하는 작품이 더 매력적일 때 있다.
선의 흐름과 면의 이미지 색채의 냄새, 마음껏 들이마시고 취하면 되는 것이다. 내 마음대로 생각하라 해석하라 그리하면 혜안(慧眼)이, 오감(五感)의 문 활짝 열어 상상의 날개 펴고 화폭 속으로 들어가 가슴 뜨거워지는 화선(畵禪)의 진경을 맛볼 것이다. 2024년《내륙문학》'시' 비구상화 감상법(전문)
비구상화(非具象畵)는 대상의 본질적 특징을, 순수한 시각 형상에 의해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어떠한 주제나 표현 내용이 외면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경향의 작품이다. 이러한 비구상 미술 작품은 감상자들이 다양한 시각과 상상으로 작품의 내용을 재해석하여 감상할 수 있는, 다양성이 있어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비구상 작품을 감상할 때는 무엇을 얻으려 하지 말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고 그 작품 속으로 들어가 물고기가 바다를 유영하듯, 바람이 나무숲 사이로 유유히 지나가듯 자유롭게 화폭 속에서 놀면 되는 것이다
구름이 끼었다가 뜨거운 태양이 얼굴을 내밀어 빤히 쳐다보다가, 갑자기 비가 내리는 일들이 많아졌다. 건강해야 밥도 잘 먹고 그림도 잘 그리며 여행도 할 수 있다. 무더운 날씨, 다른 일 보다 건강해지기 위해 힘써보자. 또 하루가 서산마루에 걸려 있고 또 하루가 어둠 속에서 오고 있다.
자유로운 작가의 마음을 담은 캔버스에도 정열의 여름이 후끈 달아올랐다. 폭염과 지루한 장마의 시간이다. 얼마간의 뜨거움과 눅눅함이 지나가면 자연스럽게 곧 가을이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오늘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