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아서 할게!", 그리고 "귀찮아!, 몰라요!, 짜증나!, 싫어요!".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이 가장 자주 쓰는 말이라고 한다. 어른의 말이라면 믿고 따르던 아이가 언제부터인가 당연한 규칙이나 규범에 대해서조차 거부와 반항을 보이고, 별다른 이유 없이도 화를 내거나 침울해지는 등 극심한 감정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또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을 때가 많고, 친구 관계에 집착하면서 거절이나 소외에 큰 상처를 받곤 한다. 학업은 등한시하면서 게임이나 외모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전과는 달라진 아이의 모습에 부모는 당혹감을 느끼며 아이와의 갈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걱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어린아이에서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거쳐 가지만, 누군가에게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지칭되어질 정도로 급격하고 격렬한 변화를 경험하는 '사춘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미국의 심리학자 에릭슨(E. Erikson)은 청소년기를 '정체감 형성'의 시기로 정의했다. 청소년기는 자신의 성격, 가치관, 직업적 목표, 인간관계 등을 탐색하며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다양한 역할을 실험하면서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시기라는 것이다. 비판적, 성찰적 사고가 가능해지면서 기성세대의 가치나 사회적 기대와 충돌을 겪기도 하고, 때로는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고 좌절하기도 한다. 이 시기 동안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경우, 자기 인식이 보다 명확해지면서 자신만의 가치관과 신념체계를 확립하고, 성인기로의 안정적인 이행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사춘기 아이들의 삐딱하고 반항적인 행동은 자기를 찾아가는 탐색의 과정이자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려는 시도이며, 자율성과 독립성을 획득해 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춘기의 감정 기복이나 충동적 언행은 뇌 발달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우선, 사춘기 동안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매우 민감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도체는 불안, 공격성, 두려움, 시기심과 같은 감정을 처리하는 뇌영역이다. 특히, 10대 초반 급격히 증가하는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편도체와 뇌의 보상회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아이들은 감정적으로 예민하고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기 쉽다. 한편, 사춘기 아이들의 전두엽은 아직 발달하는 과정에 있다. 전두엽은 고차원적인 인지능력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으로, 문제해결, 계획, 충동 조절, 판단력과 관련된다. 전두엽은 뇌의 다른 영역에 비해 가장 늦게 성숙하며, 20대 후반까지도 계속 발달한다. 아이들은 감정을 조절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결국 사춘기는 전두엽은 미성숙하고 편도체는 과잉 활성화된 상태로, 마치 엔진은 고사양인데 반해 브레이크는 잘 작동하지 않는 자동차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어른들은 사춘기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우선, 아이의 갑작스런 변화를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또한 아이의 거칠고 날카로운 반응을 어른을 향한 공격이 아닌 아직은 불완전한 뇌와 감정조절, 그리고 성장통의 표현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 대한 존중일 것이다. 경청과 지지, 공감을 통해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고, 너를 이해하고 싶다.' 는 마음을 전할 수 있다. 사춘기는 영원하지 않다. 아이는 실수하고 방황하지만, 어른의 믿음과 격려가 있다면 점차 자신만의 길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