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가장 싫은 담배 냄새

2025.07.16 16:15:35

이정균

시사평론가

나는 담배 냄새를 싫어한다. 그냥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내가 맡아 본 냄새 중 가장 싫어한다.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보이면 멀리 돌아가거나 제자리를 빙빙 돌다가 흡연이 끝나면 코를 막고 슬금슬금 피해서 지난다.

***간접흡연에 69가지 발암물질

흡연자의 입과 코를 거쳐 퍼진 역겨운 담배 연기와 냄새를 강제로 맡아야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흡연자 입장에서는 담배를 피우면 연기와 냄새 나는 게 당연한 거고 금연 구역이 아닌 곳에서 피우는데 뭐가 문제냐고 할 것이다. 하지만 비흡연자로서는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든 씹어 먹든 상관할 바 아닌데 그가 내뿜는 1급 발암물질을 왜 내가 마셔야 하는지 억울하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간접흡연에 의해 흡입된 연기에는 비소, 벤젠, 크롬, 부타디엔 등 69가지 이상의 발암물질이 함유되어 있고 이런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비흡연자도 폐암, 후두암,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2형 당뇨병, 우울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청소년과 영유아들에게는 상기도 감염, 삼출성 중이염, 영아 사망 및 선천 기형 유발, 천식 악화, 기관지염, 폐렴, 성장 발달 장애, 폐기능 감소, 암 발생 증가, 우울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유발한다.

담배를 직접 피우는 것을 1차 흡연, 흡연자가 피우는 담배 연기를 근처에서 들이 마시는 경우를 2차 간접흡연, 담배연기를 직접 마시지는 않지만 몸·옷·카펫·커튼 등에 묻어있는 담배의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경우가 3차 간접흡연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간접흡연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이 전세계적으로 연간 약 60만 명이며 그 중 47%는 여성, 28%는 아동이다.

간접흡연은 직접흡연만큼 인체에 해롭다. 흡연자가 담배를 피울 때는 연기가 필터를 거쳐 입으로 들어가지만 2차 간접흡연을 하는 사람은 담배에서 타는 생연기를 마시게 된다. 필터 없이 마시는 생연기는 독성물질의 농도가 2~3배 정도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연기의 입자도 미세해 폐 깊은 곳까지 스며들 수 있어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실내외를 막론하고 아무데서나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웠으나 지금은 실내에서는 금연이 당연하고 광장, 공원, 버스정류장, 지하철역 주변, 학교 주변 통학로 등의 실외 공공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금연구역에서 흡연 시 10만의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전자담배도 단속 대상이다.

문제는 길거리 흡연이다. 집 앞이나 상가 앞에 나와 담배를 피우거나 금연구역이 아닌 길거리를 활보하며 담배를 피워도 규제가 안 된다. 금연구역이 아니어도 흡연자가 한 곳에서만 담배를 피우면 피해가 덜하지만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담배 연기를 내뿜을 때 피해는 그 일대에 번진다. 질병관리청과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연구결과 실외흡연에 의한 담배 유해물질이 흡연 장소로부터 10m까지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빚는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개인의 자율과 인내에 떠넘기는 사회는 선진사회라 할 수 없다. 법률로 국민 일상을 통제하기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 길거리 흡연에 대한 실효적 대책이 아직 없다는 게 의아하다.

***흡연구역 외 길거리 흡연 규제를

금연구역 확대와 흡연부스 설치로 갈등을 줄여 나가자. 궁극적으로는 일본, 싱가폴 주요 도심과 같이 흡연 구역을 지정하는 대신 길거리 흡연을 일절 금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흡연자의 끽연권을 인정하면서 비흡연자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방안 실행이 그리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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