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에 휩싸인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에 대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분'이라 옹호하던 여당의 기세가 한 풀 꺾인 듯하다.
"누군가 커튼 뒤에 숨어서 강 후보자를 괴롭히는 것 같아 참담함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며 강선우를 믿는다던 목소리에 힘이 빠진 것이다. 이제라도 여당이 국민의 눈높이를 의식하게 됐다면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강선우의 의혹이 점점 확대되자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과거 낙마했던 후보자들과 비교해 어느 수준인가 점검하고 있으며 국민 여론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생각'임을 밝혔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역시 '전원 생존'은 대원칙이 아닌 희망사항이라며 낙마가능성을 열어 보였다.
서용주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의 발언은 더욱 구체적이다. 강 후보자가 이재명 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음을 지적한 서용주는 '보좌진 갑질 문제에 있어서는 확실한 소명이 필요하다'며 이재명 정부의 가장 큰 기조가 강한 사람을 누르고 약한 사람을 세워 대등한 세상을 만들어 평등하게 살자는 것임을 강조했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나타났던 강선우 감싸기 작전 중 가장 어이없었던 사례가 강선우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비서관 모친이라는 모씨의 호소문이다.
강선우를 지지한다며 자신의 신분을 굳이 내세운 모씨는 '보도가 나온 그날 이후 딸은 지금까지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며 "만약 강 후보자가 소위 '갑질하는 사람'이었다면 그 밑에서 비서로 2년 가까운 기간을 그렇게 행복하게 근무할 수 있었을까"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당사자도 아닌 비서관 어머니라고 주장한 사람이 몇 번을 망설이다 올렸다는 강선우 두둔 글은 갑질 의혹 해소는커녕 청문회 피해자 증인신청이나 거부하지 말라는 비웃음으로 역풍을 맞았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강선우의 태도가 달라지긴 했다. '논란 속에서 상처를 받았을 보좌진에게 심심한 사과를 보낸다'며 의혹을 제기한 보좌진에 대해 취했다고 알려진 법적 조치도 부인했다.
더 깊은 배려로 살아가겠다며 고개 숙인 강선우는 이번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어떤 과정보다 독하고 매운 가르침을 얻었을 것이다. 그런데 부하 직원에게 변기수리를 지시했던 일이 부당한 업무지시라는 생각을 못했다는 변명은 하지 않는 편이 나을 뻔 했다. 이유가 궁금하다면 잘 생각해보기 바란다.
물은 배를 띄우지만 떠 있는 배를 엎어버리기도 한다(수가재주 역가복주:水可載舟亦可覆舟).후한서(後漢書)의 황보규전(皇甫規傳)에서 인용한 공자의 가르침이다.
"군주는 배,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는 법이다. 군주가 이러한 위험을 유념한다면 다스림의 도리를 안다고 할 만하다" 순하게 따르던 백성들이 저항하여 정권을 뒤집을 수 있다는 비유다.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라고도 쓴다.
후한의 장군 황보규는 이를 인용하여 조정에 간언했다. '무릇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입니다. 여러 신하와 장군들은 노를 젓는 사공이니, 힘을 다하여 배를 젓지 않고 태만하면 장차 거센 물결에 배가 침몰하고 말 것입니다'
간곡한 황보규의 충언을 허투루 흘리고 방자하게 전횡을 휘두르던 외척 양기는 결국 제거됐다. 민의를 거스른 당연한 대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