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가 북한에 교훈을 줄 수 있을까?

2025.07.07 14:54:34

문장순

통일과 평화연구소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이란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귀결될지 예단하기 힘들다. 트럼프는 지난달 22일 이란 핵시설 공격 직후 이란의 포르도 지하 핵 농축 시설을 비롯해 핵관련 시설이 있는 나탄즈, 이스파한에 성공적인 공격을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은 트럼프가 이란과 2주간 유예기간을 가지겠다고 선언한 후 이틀 만에 이루어졌다. 트럼프의 기만전술이다. 당시 영국·프랑스·독일 외무장관 등이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서분주 하는 와중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혀를 찌르는 기습이다. 이로 인해 이란 핵 문제가 또 다른 차원으로 옮겨갔었다. 당시 이란의 다음 대응이 핵심이었다. 미국과 협상을 할 것인지 아니면 결사 항전을 할 것인지가 남아있었다. 결국, 이란도 미군 기지를 향해 보복 공격을 했다. 미국 측에 별로 피해가 없었다. 오히려 트럼프는 이란의 공격에 감사 메시지를 낼 정도였다. 이미 공격을 미국 측에 사전에 통보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공격 직후 이란 외무장관도 중동에 긴장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의중을 비추기도 했다. 이란이 일단 화해의 제스처를 보인 것이다.

이란의 핵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알 수 없지만, 국제사회의 최대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북한 핵은 어떻게 될 것인가로 관심이 옮아갈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금까지는 이란 사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불법 무도한 국가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미국과 서방의 지지와 후원을 받는 '중동평화의 암적인 존재'로 규탄하는 수준에서 반응을 내놓았다. 이 정도의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은 그동안에 있었다. 미국이 이란을 직접 공격한 직후인 지난달 23일에는 노동신문을 통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이란의 핵시설들에 대한 미국의 공격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수준에서 보도했다. 북한이 대외적 사건에 대해 대응하는 수준으로는 온건한 표현이다.

북한도 복잡한 심정일 것이다. 국제사회가 반대하는 핵을 개발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이란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물론 미국이 이란처럼 북한 핵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단계이지만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갖추고 있는 상태에다가 휴전선을 경계로 남한과 맞닿아 있다. 더구나 최근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는 명백한 군사적 동맹국이다. 미국의 이란 공격 여건과는 다르다.

북한은 지금 단계에서 미국과 적극적으로 핵 협상이 나서든지 아니면 핵 개발을 점차 고도화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이란이 핵 무기를 가지고 있지 못해서 당한 공격으로 생각한다면 주민들에게 핵 개발의 당위성을 주지시키면서 핵 개발을 이어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으로서도 셈법이 복잡해진다. 북한 달래기에 나서든지 아니면 공격의 후유증을 감내하고 이란방식을 사용할 것인지 그도 아니면 또 다른 제3의 선택지를 찾아야 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할 가능성이 있다.

또 한편에서 본다면 북한도 마냥 핵 개발에 몰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핵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제발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일시적으로야 이럭저럭 버티어 낼 수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본다면 북한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미국은 이란 핵시설의 공격에서 보여줬듯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공격목표를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란처럼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기 쉽지 않다는 점만 내세울 수도 없다. 미국이 상상할 수 없는 선택을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도 북한도 북한 핵 처리 고민이 점차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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