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공급과잉 해소를 통한 쌀값 안정과 농가 소득향상을 위해 2024년 12월 정부에서 발표한 '벼 재배면적 조정제'에 대해 영농 현장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쌀 소비는 줄어드는데 쌀 생산을 유지하면 생산과잉 문제를 피할 수 없다고 보고 2024년 기준 69만 7천㏊의 벼 재배면적을 61만㏊까지 11.5%에 해당하는 8만㏊를 감축한다는 것이 농림축산식품부 추진계획의 골자다.
그러나 관련 농업인단체와 쌀 주산지역의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벼 재배면적을 줄이는 것은 영농권을 침해하며 농업기반을 붕괴시키고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쌀 문제를 수요와 공급 측면만 중시한다면 최근 쌀값이 두 배 상승한 일본의 쌀 부족 사태를 우리도 맞을 수 있다는 여론인데 쌀 수요와 관련하여 매년 정부에서 발표하는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를 과연 신뢰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계청은 지난 1월 23일 '2024년 양곡소비량조사'발표에서 지난해 가구부문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5.8㎏으로 2023년 56.4㎏보다 600g 감소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가구부문 조사는 쌀을 집에서 직접 조리해 소비한 양과 배달음식 등 외식을 통해 소비한 양을 포함한 수치다.
이러한 통계청 발표를 두고 해마다 '국민 1인당 쌀 소비 지속 감소'를 부각하고 있으나 이는 가구부문 소비량에 국한된 것으로서 사업체부문 즉 가공업체의 소비량을 포함한 1인당 쌀 소비량을 산출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사업체부문 소비량은 87만 3,363t으로 2023년 81만 7,122t에 비해 6.9%가 늘어나 2020년 이래 4년 연속 상승세에 있으며, 이는 가구 소비량 288만 7,709t의 30.2%에 이르는 역대 최대치다. 사업체부문 중 즉석밥, 떡류, 면류, 과자류 등 식료품 제조 소비량은 전년보다 4.8% 늘어난 58만 4,612t이고, 탁주와 약주, 주정 등 음료 제조 소비량은 전년보다 11.5% 늘어난 28만 8,751t에 이른다.
GSnJ 인스티튜트의 지난 2월 5일 자 '쌀 가격동향'자료를 보면 시장 수요라 볼 수 없는 정부양곡 처분용인 주정용을 제외하더라도 2024년 가공용 소비량을 인구수로 나눈 1인당 가공용 소비량은 12.6kg으로 전년 대비 500g 증가해 가계 식용과 주정 이외 가공용을 더한 2024년 1인당 쌀 총소비량은 68.4kg으로 2021년 67.2kg보다 1.8%인 1.2kg이 오히려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 1인당 가구에서의 쌀 소비량에 가공업체 소비량을 합쳐 보면 쌀 소비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며, 단지 쌀을 소비하는 행태가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1인당 쌀 소비량은 가계와 외식분야의 취사 소비만을 조사한 수치로서 학교, 군부대, 요양원, 직원식사 등 집단시설에서의 소비 또한 제외되어 있다. 쌀 소비량은 인구감소와 식생활 패턴의 변화 등으로 가계 소비는 지속해서 감소할 수 있으나 즉석밥 같은 간편식 수요와 쌀 가공식품 소비 증가 등으로 전반적인 쌀 소비는 더 늘어날 수 있으므로 이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통계기법이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농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쌀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양곡정책을 추진해야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쌀 수급 해법을 찾을 수 있으므로 양곡소비량 조사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AI 기반의 빅데이터 시대에 맞게 보다 정밀한 통계 표본수 선정과 조사자료 수집 방법 등을 도입해야 한다.
양곡소비량은 농업정책과 관련된 법과 제도 마련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타당도와 신뢰도 높은 보다 정교한 통계를 산출하여 이를 토대로 한 효율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